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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킴 Jul 29. 2018

28. 본격, 다음에서
네이버 웹툰 영업하는 글

<호랑이 형님>, 이상규




앉은자리에서 두 그릇 째. 백종원 아저씨가 묵묵히 텐동을 먹는다. 한마디 말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침이 꼴딱 넘어간다. 저 양반이 저렇게 먹기만 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씨도 마찬가지. 음식 묘사는 없어도 그만. 보면 안다. 음식 앞에 기쁜 얼굴, 꼭꼭 씹어 삼킨 뒤의 가벼운 탄성이면 충분하다. 대박, 맛있겠다. 

 




맛있는 음식은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사람들을 동하게 하지만, 만화 추천은 사정이 다르다. 지금부터 이어질 글은 백종원 아저씨의 저 한 컷만큼의 힘은 없다. 그래도 쓰고 싶다. 내가 매주 금요일 밤 11시를 기다리는 이유를. 다시 보기도 아쉬워 아껴 읽는, 그런데도 벌써 세 번이나 다시 읽은 만화를. 네이버 토요 웹툰 조회수 3위도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백종원 아저씨만큼 잘 보여줄 자신은 없지만 쓰고 싶다. 저렇게 유난 떠는 거 보면 재미있기는 한가보다, 알 수 있게.  




된장국이 한국인의 소울푸드라면, 소울 짐승은 호랑이일 것이다. 오죽하면 불법 비디오의 유해성이 ‘호환’에 비유됐을까. 그런데, 생각나는 호랑이 이야기 있으신지? 아마도 해님 달님 정도? 기억 안나시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해님 달님의 명대사는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다. 호랑이는 주로 동화 속 주인공에 그쳤을 뿐이고, 우리나라 판타지계에 일획을 그은 작품들도 배경은 중세 유럽이나 중국 무림에 가까웠다. 그리고 드디어 <호랑이 형님>이 나왔다.  




<호랑이 형님>은 <반지의 제왕>과도 다르고 <왕좌의 게임>과도 다르다. 오크족들이 아시안을 상징한다는 불편함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우리가 잘 모르는 낯선 지명이 나오지도 않는다. 개마고원, 사민 정책, 주막, 옷차림  모두 국사책에서 배웠던 것들이 배경이다.  <호랑이 형님>은 연재가 시작된 2015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았고 같은 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한국 콘텐츠 진흥원장상도 받았다. 수상 경력이 재미를 증명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의의는 충분히 설명한다고 본다.


호랑이는 역시 백두산 호랑이니까, <호랑이 형님>의 주인공도 백두산 호랑이들이다. 흰 산(백두산)의 신령인 영응왕과 흰 산을 빼앗으려는 붉은 산 압카의 갈등이 큰 줄기다. 영응왕을 공략한 ‘항마전’ 이후의 일들이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어 왔다.  


 


82화 분량의 1부는 무려 하룻밤 사이의 이야기다. 항마전 이후 사라진 영응왕의 자식 아랑사를 지키던 호랑이 산군과 아랑사를 빼앗아 가려는 붉은 산 황요와 추이의 싸움을 핵심으로 다양한 사건이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전개의 긴박감이 대단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하룻밤의 일인지 모를 정도다. 즉, 정주행을 시작하기 딱 좋다.


제목은 <호랑이 형님>이지만 본격 호랑이 괴롭히는 만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랑이들이 맞고 또 맞는다. 2부에서는 2부의 주인공 호랑이 빠르가 1부 캐릭터들의 전투력에 크게 못 미쳐서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졸렬하고 치사한 빠르가 어쩌다 아랑사와 아비사, 새끼 호랑이 무케의 보호자가 되어 보이는 케미가 관전 포인트다.

 


이를 테면 이런 장면들 / 부상 당한 빠르의 조련으로 아랑사가 고기를 배달 중이다


현재 약 200 여화 가량 연재되었으나, 아직도 프롤로그에 가까울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호질>, <산해경> 등 우리나라 기담집에서 뽑아온 전설 속 짐승들에 작가 나름의 공격 기술을 붙였는데, 게임 회사 출신의 작가님이셔서 그런지 컨셉이 정말 좋다. 또한 캐릭터 하나하나가 굉장히 입체적이다. <호랑이 형님>에는 무조건 악당이 없다. 저마다 사연이 있다. 흰 산의 신령 영응왕도 산군에게는 지켜야 할 선한 인물이지만, 붉은 산의 짐승들에게는 ‘마귀’이다. ‘추이’는 산군을 죽이려는 반동 인물이지만 추이의 과거와 성품을 알고 나면 어느새 ‘작가님, 추이 죽이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달게 된다. 전쟁 만화를 볼 때마다 죽어나가는 적군 엑스트라들에게도 다 사연이 있을 텐데 슬펐던 한 사람으로서 이 역시 매력 포인트다.  


 


호쾌한 격투씬도 장관이다. 과감한 구도를 적극적으로 써서 눈이 시원해진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짐승들의 근육 표현이 아주 인상적인데, 아마도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엄청 많이 보시지 않을까. 고양이과 동물 호랑이의 습성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다시봐도 황홀한 전투 장면들




작은 컷 하나하나에도 복선이 숨어있다. 떡밥 회수가 정교하고 착실한 작품인데, 아직도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이 많다. 

 

우) 회수된 떡밥  / 좌) 회수되지 않은 떡밥



 개인적으로 궁금한 떡밥도 슬쩍 끼워본다. 


1. 흰눈썹과 어르신(=압카)은 언제 어떻게 몸을 바꾸게 되었는가

2. 평범한 여우가 된 미호는 어떻게 되었는가

3. 아린과 흰눈썹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어떤 짐승인가 

4. 이령과 아린은 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가 


 

드래곤볼 연재 기간이 약 12년. 나루토는 약 15년.  <호랑이 형님>도 앞으로 10년은 넘게 연재되어야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 같다. 스케일이 워낙 크다 보니 전개가 느리다는 지적도 많은데, 사실 10년의 호흡으로 보면 조금도 느리지 않은 전개다. 오히려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중에 어떻게 엮일지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작가님의 체력이 걱정된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 잘하셨으면 좋겠다. 


1주일, 1주일 애가 타며 10년. 역사적인 작품과 함께 늙어갈 수 있다니 정말 설레는 일이다. 드래곤볼이 연재되던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슬램덩크가 아직 완결 나지 않았을 때, 북산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몰랐을 때처럼 작품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호랑이 형님을 시작하면 된다. 

 

어쩌나, 글은 끝났는데  <호랑이 형님>의 재미는 반도 담지 못했으니. 그러나 <호랑이 형님> 관련 글을 하나 늘렸으니 이것으로도 족하다. 빨리 다음 주 금요일 11시가 되었으면. 






제발 5화까지만 봐보세요

작가님 인터뷰도 멋짐


 *책으로 안 읽었지만 서평 카테고리. 책으로 나올 거라 의심치 않기 때문에. 단행본 작업 어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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