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을 위한 취업 팁
제목만 읽어도 깊은 빡침이 몰려온다.
"이건 무슨 개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짠하고 이해되는 이 느낌.
그러니 내가 대학생이거나 취준생이다 싶으면 아래 글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크게 시간낭비라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 필자만의 팁도 있고.
취준생이라는 단어가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취업을 굳이 오랫동안 준비하는 학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고시생이라면 몰라도. 웬만하면 내 수준을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맞게만 지원하면 꽤나 금방 붙으니까.
분명 부모님 때 얘기를 들어보면 명문대 졸업장 하나 있으면 대기업으로도, 대학 나오지 않아도 9급 공무원으로 취직이 가능했던 것 같다. 요즘은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간혹 과거 패러디 영상들을 보면 이런 면접 씬도 만나 볼 수 있다.
"뽑아만 주신다면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과장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과거에는 이게 면접자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답변 일 수 도 있는데 어찌 됐든 요즘에는 씨알도 안 먹히는 멘트다. 필자는 심지어 이런 경험도 있었다. 무슨 비즈니스 관련 포지션이었는데 Python으로 간단한 코딩을 할 수 있냐고 묻더라. 아무래도 경제학도 인지라 혼자 독학할 수밖에 없으니 일하면서 적용하며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다고 했더니 이런 말을 들었다.
"여기는 일을 하는 곳이지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역시 깊은 빡침이 몰려오긴 했지만 이해했다. 지금 신입을 가르쳐 줄 여력이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오자마자 일부터 빡쎄게 시킬 계획이었던 게 확실했다. 이런 회사는 붙어도 안 간다는 혼자만의 위로를 하며 면접을 마쳤던 기억이 있다.
사실 필자가 지금 다니는 회사만 해도 절대 이 같이 주눅 들게 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기에 아마 많은 회사들 또한 이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대부분의 회사들은 준비된 일꾼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은 조금 상황이 다를 가능성도 있다. 필자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미국 대기업이라 그런지 면접자가 배우려는 자세를 폄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력이 부족하고 매일매일이 전쟁 같은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학교 타이틀만 보고 뽑기에는 너무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 회사에서 당연히 배움이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회사에서 꼭 모든 걸 가르쳐줘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 필자가 거주하는 싱가포르만 해도 인턴 경험 없이 대기업을 지원하는 건 그냥 전쟁에 식칼 한 자루 들고나가는 거랑 비슷하다. 안될 건 없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원빈 아저씨도 총 들고 싸우던데.
이쯤 되면 대학생 독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난 그래서 지금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그야 인턴 기회를 열심히 찾아야 한다. 요즘은 석박사 할 것 아니면 학점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평생 학생으로 살 것이 아니라면 학생을 어떻게 가장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도 학생 때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건 아닌데 중요한 건 이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각보다 인턴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자격요건을 읽어 보니 "경력자 우대"라는 돼지가 풀 뜯어먹는 소리까지 보인다.
"인턴이 되기 위해서는 인턴 경험이 필요합니다"
대학만 들어가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거라 믿고 열심히 공부했더니 이제는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일까지 꾸준히 찾아야 하니 참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인턴 경험을 얻어야 하니 방법은 인맥 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필자는 운 좋게도 20살에 인턴 자리를 얼떨결에 구하게 돼서 큰 어려움 없이 몇 가지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결론적으로 취업이 전혀 순탄한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우리 후배님들을 위해서 주변 인물들의 취업 사례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팁을 주려고 한다. 막 "자신감을 가져라" "꿈을 크게 꿔라" 이런 말랑말랑한 거 말고 진짜 실용적인 거.
동아리 활동이 절대 인턴 경험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수는 있다. 필자는 직장생활 2년 차 밖에 되지 않은 사회생활 초짜지만 요즘 자주 느끼는 게 일터와 학교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들이 모인 공동체이고 훨씬 전문적이고 책임감이 많이 필요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본질은 꽤 비슷하다. 계산하고 피피티 만들고 발표하고 홍보하고 관계하고 문제점들 개선하고.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은 학교 동아리에서 꽤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이 인턴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동아리 활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면 크나큰 오해임을 알린다.
내 희망하는 직업과 관련된 동아리면 더더욱 좋다. 투자 동아리, 개발 동아리, 토론 동아리 등 사실할 수 있는 게 상당히 많을 것이다. 없으면 하나 만들어도 좋다. 오히려 동아리를 만들었던 경험이 더 플러스가 될 수 도 있다.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시작하는 건 좋은 자질로 비칠 수 있다.
직업과 전혀 관련 없는 동아리도 나쁘지 않다. 수영이나 음악, 심지어 체스 동아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느 동아리든 리더의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많고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업무 경험 또한 무수히 넘쳐난다. 다양하고 열정적인 동아리 활동은 첫 인턴쉽 자리에 지원하기에 충분한 이력이 될 수 있다.
이력서가 텅텅 비어있는 학생 입장에서는 뭐라도 한 줄 적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필자가 학교 동아리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 마다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을 것이기에 어떤 학생이 더 유익한 시간을 보냈는지 이력서만 보고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어차피 인턴 경험 한두 개 한 것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이력이 있어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마다 천지차이다. 대기업에서의 인턴 경험이 있더라도 면접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전혀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작은 회사 또는 학교 동아리에서의 경험일지라도 지원하는 포지션의 업무와 관련지어 배운 점을 잘 어필할 수만 있다면 전자에 비해 훨씬 유망한 지원자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력서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운이 좋다면 정말 값진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인턴쉽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턴은 "인재 투자"가 목적이 아닌 "값싼 인력"이 주목적이다. 회사에는 하기 귀찮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간단한 업무들이 무수히 있다. 인턴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대부분이 이런 잡일들이다. 그나마 배우는 게 있다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기 눈곱만큼 알 수 있다는 것. 아니면 "나는 딴 건 몰라도 이런 상사는 되지 말아야지" 정도. 혹시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독자가 있다면 환상을 깨버려서 미안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지원하는 회사들도 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느낌 아니까. 그 회사도 위 회사들과 다를 바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력서에 한 줄 더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한 줄을 어떻게 의미 있는 한 줄로 포장할 것인가이다. 첫 번째 관문은 면접에 뽑히는 것이겠지만, 그 후부터는 말빨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도 절망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필자는 한마디만 더 하고 마무리 지으려 한다. 사실 취업에는 엄청난 스킬과 자격이 필요한 것 같아 보이지만 까놓고 보면 한 80%가 운이다. 필자 같이 4-5가지의 인턴 경험이 있던 사람도 원했던 기업은 다 떨어지는 패배를 경험했다. 반면에 인턴 경험하나 없고 동아리만 좀 했던 친구는 세계 초일류 회사에 취업했다.
확실한 승자와 패자가 보이는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현재 직장에 매우 만족하고 즐겁게 일하며 배우고 있지만 저 친구는 왜 뒤늦게 현타가 왔는지 오늘까지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나보다 돈도 훨씬 많이 벌면서.
취준생이든 직장인이든 제삼자가 봤을 때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해 보이지만 현실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다 먹고살고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용기를 내서 주변을 둘러보고 물어보라. 방학 동안 일 할 기회가 없을지. 대학생 때만큼 스타트업에 도전하기 좋을 때도 없다. 물론 정말 좋은 기회와 아이디어가 있다면. 실패해도 이력서에는 쓸 수 있으니 기회가 있다면 놓지지 말자.
이미 망했다고 생각하는 졸업반 친구들도 낙담하지 말자.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당장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면 진짜 늦은 거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고 어차피 이왕 망한 거 몸 사리지 말고 다양한 것에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