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에 펭귄이 산다

케이프 타운 남쪽 '사이먼스 타운'의 '볼더스 비치'

by 반똥가리

남아공에서 처음으로 외곽 투어를 나선 날, 우리의 목적지는 사이먼스 타운의 볼더스 비치였다. 케이프타운 남쪽에 위치한 이곳에는 아프리카의 자카스 펭귄이 해안과 섬에 서식한다. 멸종 위기여서 국제적 자연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여행 후기를 쓰기 전 확인 차 검색을 해보니 64마리가 벌떼에 쏘여 떼죽음을 당해 조사 중이라는 기사가 떠있다. 벌과 펭귄은 공생 관계라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아공과 나미비아는 아프리아의 남쪽과 남서쪽에 있는 국가이다. 이 두 국가가 면한 인도양과 대서양의 해변에 자카스 펭귄이 살고 있다. 1982년에 한 쌍의 펭귄으로 이룬 서식지라고 한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단어가 '대자연'인 만큼 자연과 동물과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 보츠와나에서 둘러본 초베 강을 차지 위해 주변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싸워온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들려줄까 한다.

남아공 해안도로 'M6'을 따라서 드라이브

케이프타운에서 남쪽 끝을 향해 해안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7번 국도가 있다면 남아공에는 M6번 해안로가 있다. 케이프 타운에서 출발해 M62번 도로를 타고 다가 M6번 도로를 달려 볼더스 비치에 가는 길은 잘 다듬어져 있는 편이다. 본격적으로 로드 트립을 나서기 전 렌터카 차량을 달려 보기에도 좋다. 중간 지점의 후트 베이를 지나 후트만 전경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세워두고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유럽을 출발해 탐험에 나선 배들이 인도로 아시아로 가기 위해 선 이곳 남아프리카의 해안가를 따라 반드시 항해했을 것이다.


KakaoTalk_20210926_180100045.jpg
KakaoTalk_20210926_180100045_02.jpg
P20170913_172248154_33AFA3BD-0FBF-4959-84BB-65E7E91F63DD.JPG
P20170913_173718965_E5BFD93C-202A-49D3-918C-A1481A1C69A1.JPG
남아프리카 공화국 M6 도로에서 바라본 '후트 만'


숨이 탁 트이는 해안가에서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아프리카의 거의 끝 지점을 여행하는 날이었다. 적도 아래 오스트레일리아와 나란히 놓여있는 것을 보면 많이 낯설다. 아프리카는 적도에 있는 뜨겁고 더운 나라여야 하는데 남아공의 지리학적 위치는 호주와 비슷하다. 지리와 세계사는 여행자에게 즐거운 공부 영역이다.


차에 내내 앉아있느냐 좀이 쑤신 엉덩이를 잠시 달래주고 오늘의 주요 목적지 볼더스 비치를 행해서 다시 차를 달렸다. 펭귄이 가득한 해변이라니..... 느닷없는 이야기지만 고래와 펭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보다 더 설렐 수가 없다. 동물원도 아쿠아리움도 아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펭귄을 실물 영접할 수 있는 기회는 꼭 잡아야 했다.


핑크빛 눈을 가진 자카스 펭귄이 사는 곳 '볼더스 비치'


M6 도로를 달려 드디어 볼더스 비치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볼더스 비치 센터로 향했다. 뒤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곧바로 해안가로 가는 길을 택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짧은 거리란 없다.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밤을 거리에서 맞게 된다. 오후에는 와이너리도 들러야 했다. 캠핑 사파리 투어를 시작하게 되면 힘든 날이 분명히 생길 터. 그런 날이 오면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살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보더스 비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사람과 펭귄의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놓인 데크를 따라 걸었다.

P20170913_182630981_672EB4B8-9C9A-4E78-A023-A6512994C9A1.JPG
P20170913_183132139_D0092403-4BB4-4465-9762-1002E60AC907.JPG 자카스 펭귄의 서식지 '볼더스 비치'


나는 펭귄이 왜 좋을까?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눈폭풍이 닥친 날에 수컷과 암컷이 돌돌돌 떨며 알을 건네려던 장면이 기억난다. 암컷이 짧은 다리 사이 몸통 아래에 품고 있던 알을 추위에 노출시키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수컷에게 건네주려다가 놓쳐버렸었다. 다시 품 안에 안으려고 해도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엔 알이 꽁꽁 얼어버리고 말았다. 아프리카 펭귄은 혹독한 추위와의 싸움은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대신 눈 주변이 분홍색이다. 오전 10시경 달궈지는 태양이 오후 3시경까지 뜨겁게 쏟아지는 아프리카 땅에서 시력을 보호해주는 거란다. 나도 더위를 많이 타는데... 분홍색 메이크업을.... 해야 하나?


P20170913_184901600_1F5CAE85-6F9F-4D76-8446-FA6E0DEAB8A5.JPG 눈꺼풀에 핑크 빛이 도는 '자카스 펭귄'의 고고한 자세


뉴질랜드를 갔을 때 펭귄을 보기 위해 엄청나게 먼 거리를 간 적이 있다. 남극에 가까운 지점에 펭귄 농장이 있다고 했다. 농장이라고는 하지만 해안가에 자연 서식지가 꾸려진 곳이었다. 그곳에선 펭귄 중의 제왕 '황제펭귄'이 살고 있었다. 하루 내내 땅굴 속에서 펭귄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참호 속에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프리카 펭귄은 사람을 꺼리지 않는다. 사냥꾼들에 의해 멸종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고 했다. 그러다 딱 한 쌍의 커플로 이렇게 많은 수가 될 때까지 보호가 필요했었다고 한다. 사람의 관리가 필요했던 덕(?)인지 관광객들이 보이거나 말거나 자유롭게 산다.


너른 바다를 수영하며 뜨거운 모래 해변에 뒹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조금 더 나간 바다에서는 물개와 고개가 다니는 길이 있다고 했다. 물개의 먹이가 되기 쉬운 펭귄이긴 하지만 동물원보다는 이곳이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펭귄이 바로 이 자카스 펭귄이다.


볼더스 비치에서 자유로이 생활하는 '자카스 펭귄'


한 시간 가량을 구경하며 많이도 웃었다. 뒤뚱거려서 웃고, 뛰어내리는 걸 봐도 웃고, 팔을 휘휘 젓는 모습에 웃고, 쳐다봐서 웃고.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 아프리카에서 아예 사라질 뻔했다니.....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가 사는 아프리카의 한쪽 귀퉁이쯤 되는 서남단 해변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자카스 펭귄의 안녕이 오래가길 바라본다.


나폴레옹도 좋아했다는 남아공 와인 이야기


남아프리가 공화국에 와인 농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오랜 지배를 받았던 남아공은 지중해성 기후라는 환경적 여건과 더불어 식민지로 항해를 나선 유럽 선박들의 중간 기착지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와인을 재배하는 곳으로 만들어졌다. 케이프 타운을 위주로 작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보이는 곳 농장들이 꽤 존재한다. 와인을 만들어온 역사가 300년이 넘는데도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국영화에서 자유롭게 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고 한다. 가는 길이 초록 초록한 것이 프로방스 분위기인 데다 건물이며 내부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유럽은 연성시키지 아프리카를 연성시키진 않았다.



CDCR6241.JPG
P20170913_215004039_3343CFBA-9883-4E3A-9D66-301284814381.JPG
IMG_3587.JPG
IMG_3594.JPG
P20170913_231816760_09E6DF5D-0ABC-4CCE-9A59-CA4EE4011FCF.JPG
IMG_3599.JPG
남아공 와이너리 농장


와인은 맛이 아주 좋았다.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을 추천한다. 시음을 할 수 있는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을 초콜릿이 나왔다. 초콜릿과 와인을 마셨을 때의 느낀 맛과 감각이 혀끝에 살아난다. 더운 아프리카에서의 진한 와인 한 잔은 꽤나 깊었다. 초콜릿이 맛있었던 것인지 와인이 맛있었던 것인지...... 이곳에서 산 와인 2병으로 우리는 사막과 사파리 캠핑장에서 만찬을 즐기고 싶을 때 불에 구운 소고기와 함께 곁들여 마시는 여유를 누렸다. 더불어 숙면도.


와인을 살짝 마시고 농장 뒤편을 산책하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땅에서 풍기는 향기는 아프리카의 그것이 분명한데 유럽의 어느 지역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섞여있던 곳을 다녔다.

아프리카는 오히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해가 뉘엿뉘엿 지는 도로변에서 내 눈과 가슴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


해가 뉘엿뉘엿, 돌아가는 길
아프리카 '퇴근하는 길'


퇴근 시간.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의 하루를 바라보면서 여행을 오지 않았으면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나와 동료들과 누군가의 일상이 떠올랐다. 우리가 여행자인 이곳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냈을 사람들.

그들이 아프리카 그 자체일 것이다. 사람이.


나미비아 대사관에서 비자가 나왔다.

이제 유럽과 아프리카의 나라, 남아공을 떠나 검은 대륙을 달리는 캠핑의 시작이다.

나미비아와 보츠와나 짐바브웨를 향해 길을 떠난다.





이전 05화케이프타운의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