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캠핑하기

걱정하지 말아요.

by 반똥가리
마지막 쇼핑 '캠핑 준비'

두근두근.

집을 떠나온 지 6일이 지났는데 다시 두근두근.

아프리카를 둘러보고 다녔지만 지금까지는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남아공을 맛보기 코너 정도로만 코스에 짜둔 터라 진짜 설렘은 부족했다.

나미비아 비자를 받고 캠핑 여행을 시작하는 날.

진짜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김치 대신 기절


남아공에는 몇 개의 대형마트 브랜드가 있다.

고급에 속하는 울워스, 제품과 질에서 대표적 스펙을 갖춘 픽 앤 페이, 체커스, 창고형 대형마트 마크로 등.


식재료와 와인 등은 픽 앤 페이에서 구매하기가 좋다.

간단하게 겉절이며 깍두기 정도를 담글 수 있는 재료가 있다.

신기했던 건 배추와 무가 한국산 재료와 똑같다는 것.

캠핑하는 동안 먹을 적은 양의 김치를 담기로 하고, 우리는 배추와 무를 샀다.

'배추'와 '무'를 사는 게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행복의 아이콘 같던 배추와 무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김치 담당인 내가 비염 약으로 착각하고 말라리아 약을 먹었고 침대에서 나오질 못했다.

다음 날은 떠나야 하는데.... 비극도 그런 비극이 없었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후의 고단함은 비교할 바도 아니었다.

캠핑하는 내내 반성했다. 김치가 없어서 라면 수프를 얼마나 먹었던지.



싹 쓸어 담고 싶던 창고형 대형 마트 '마크로'


침낭과 캠핑에 필요한 몇 가지는 워터 프런트에서 이미 구입했다.

텐트 가격은 비싼 편이어서 창고형 대형 마트 '마크로'에서 마지막 쇼핑을 했다.

유럽 외의 지역에는 남아공에만 있는 '마크로'는 '코스트코' 같았다.

들어갈 때는 여권을 보여줘야 하니 꼭 지참하고 가야 한다.

저렴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3인용 텐트를 3~4만 원대에 구매를 했다.

웍 프라이팬과 식기류, 고체 연료 등등 필요한 것들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대체로 사이즈며 기능이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아프리카에 최적화된 것들이다.

나는 기능 위주의 구매자다. 내 몸의 세포들이 팔딱팔딱 뛰었던 걸 기억하는데, 그 본능은 정확했다.

쓰고 버릴 요량이었는데 죄책감 느껴질 만큼 멀쩡해서 모두 싸들고 왔다.


1. 아프리카에서 '호텔'이 되어준 텐트 2. 동해에서 '추억'이 되어주는 텐트



달리고 달리고



아프리카 고속도로와 휴게소


숙소를 떠났다. 아프리카의 유럽을 떠났다. 케이프 타운에서 쉬는 동안도 행복했다.

다른 걸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을 죽이고 지내는 일이 마음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프리카니까 이제는 차를 타고 이동. 아프리카를 달린다.

케이프 타운 숙소에서 나미비아 국경까지 이동한 후, 국경 근처 캠핑장에서 하루를 숙박하기로 했다.








차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야 한다. 그렇게 이동하지 않으면 어딘가에 도착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여행도 삶의 연속선에 있는 게 분명하다.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달라지는 게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방문을 꽤나 즐기는 편이라 아프리카 고속도로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아프리카 고속도로는 아프리카다웠다.










케이프타운을 벗어날수록 초록빛 풍경은 사그라들고 마른땅이 드러난다.

사막인 듯 아닌 듯 사방이 흙투성이고 그 가운데로 아스팔트가 곧장 길게 뻗어있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주인공 쟈스민이 남편과 다투고 차에서 내려 걷던 그 길 같았다.

그 영화 속 장면들이 자주 생각나서 주제곡 'calling you'를 들으며 나미비아 사막 끝의 바다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달리고 달리다가 잠시 스트레칭 중인 나의 여행 동지들.
영화 '바그다드 카페' 중에서 - 정말 단순한 시퀀스로 주인공을 궁금하게 만든다.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잠이 들고, 음악을 들으면서 간식을 먹고.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도 달라지는 풍경이 없다.

사막 풍경의 벽지가 발린 공간에서 마치 VR 게임을 즐기는 것 마냥 느껴진다. 그래서 더 실감하게 된다.

아프리카를 와서 달리고 있구나.


길고 긴 이동 거리를 내내 운전하면서도 즐겁다.

"신난다~~"가 아니라 "아, 좋다~~" 싶은 즐거움에 큰 숨이 절로 난다.


고속도로 중간중간에 오두막이 하나씩 보인다.

본능적으로 여기가 휴게소라는 걸 알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화장실 없는 휴게소여서 물 마시는 게 망설여지지만 뜨거운 태양 속을 달리는 차량 안에서

물을 안 먹곤 버틸 재간이 없다. 적당히~~ 알아서 마셔야 한다.


앞쪽 휴게 오두막은 다른 팀들이 차지했다. 여행자 같기도 하고 현지인 같기도 하고.

간단히 눈인사만 나누고 준비해 둔 점심을 꺼내서 요기를 한다.

한 바퀴 휘~ 둘러보는 시선으로 차에서 내내 보던 같은 풍경이 들어오지만 느낌이 또 다르다.

요망하게 농간을 부리는 감성이 도움이 된다.



남아공에서 나미바가 국경을 향해가는 길.
고속도로에 놓인 오두막이 휴게소 역할을 한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나미비아 국경 입국장.

화장실은 이곳에서 해결.

사막의 나라, 나미비아로 들어가는 국경에서부터 여행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

주로 서양인들이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불어,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 한 번에 듣기 쉬운 곳이 아프리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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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국경 '입출국신고장'



아프리카에는 트러커 여행이라는 상품이 있다.


여행지에 만난 아시아인은 중반 정도 나미비아 사막에서 만난 일본인 커플뿐이다.

후배 중에 한 명이 일본어 능력자여서 몇 마디 나누더니 통역해준 기억이 난다.

커플이고 트러커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트러커 여행은 우리나라의 패키지여행 상품이랑 같다.

큰 트럭을 개조해 버스형으로 만든 차량을 타고 그룹으로 여행한다.

단체 관광버스 여행과 비슷하지만 호텔에서 자지 않고 캠핑을 하는 게 다르다.

트럭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캠핑장에 도착하면 업무를 나눠서 식사 준비를 한다.

텐트는 치지 않아도 된다.

여행사 가이드 팀이 선발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미리 도착해서 캠핑장의 명당자리에 군대식 막사 같은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모습을 종종 봤다.

조리대도 우리는 어둠과 싸우며 야외 조리대를 사용하지만 그들은 실내 키친을 사용하고 있었다.

머니머니 싶은 혜택이지만 우리의 여행이 훨씬 좋았다.



캠핑인데 다 있네?


아프리카에서의 캠핑 사이트는 모든 시설을 제공한다.

조리대와 화덕과 텐트를 칠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의 마당을 포함하고 있다.

마당에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는 필히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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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첫 캠핑장 - 캠핑 사이트엔 오두막과 화덕, 텐트칠 공간이 포함되어 제공된다.


쉽게 말해, 시설을 갖춘 땅을 임대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

어떤 곳은 화장실과 샤워장도 사이트마다 각각 마련되어 있었다.

캠핑장에서의 생활은 꽤나 편리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만 피하면 된다.

습도라고는 1도 없는 아프리카의 더위는 나름 쾌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빨래는 한두 시간이면 마를 정도.

보송보송 금세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사파리와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저녁이면 꽤나 선선해지는 날씨.


한국은 가을이었고, 아프리카는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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