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km 로드 트립의 시작

by 반똥가리
아프리카에서의 첫 번째 여행지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홍콩을,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하는 긴 비행시간이었지만, 나는 비행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심지어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경유하는 것도 좋아한다. 한 군데 더 들러 가니까. 무시로 공항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지나다니는 이들을 보는 것도 좋고, 비행 이착륙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는 것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머리나 가슴이 답답할 때는 공항에 일부러 찾아간 적도 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만 보아도 마음이 설레는 것이 나만의 감성은 아닐 것이다.


행복하고 긴 비행을 마치고,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동행자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일행은 총 5명. 나와 후배를 포함 여성이 4명, 청일점은 단 1명. 회사를 사퇴한 씩씩한 대한의 남아였다.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일정과 숙박 등 급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면은 처음인지라 부끄러웠다. 모두 다 부끄러워했다. 상대방도 차분한 성격들이었다. 낯가리고 쑥스러운 가운데 일단 예약한 렌트 차량부터 인계받은 후에야 서로 조금 말문을 텄다. 어찌나 생소했던지.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간단히 일정을 다시 공유하고 숙소를 향채 공항을 떠났다. 진짜 여행의 시작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우리의 아프리카 여행 일정은 길고 길 레이싱과 같았다. 제일 먼저 '남아공'을 가볍게 둘러본 후, 사막의 나라 '나미비아'를 향해 서부 해안을 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아프리카 중앙부를 향해 차를 달려서 늪지와 물의 나라 '보츠와나'를 찍고 마지막 여정은 빅토리아 폴을 경계로 잠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짐바브웨'에서 끝이 나는 일정. 아프리카 남서부를 훑으며 4개 국가를 돌았다.


IMG_4830.JPG 지도 앱 '맵스 미'로 기록한 아프리카 여정. 남아공,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로 4개국을 돌았다.


포드와 함께 달린 거리 6천 킬로 가량.

사막 모래에 묻히고, 곳곳이 내려앉은 도로를 달리다 펑크도 났고, 외진 도로에서는 차량을 하나 추월했다고 피 같은 돈을 벌금으로 뜯기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험해진 적은 없었다.

무서워 마시라.

벌금을 얌전히 내면 경찰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여행자의 기본자세를 유지하며 중대한 일이 아니라면 그들이 방식을 따르고 반항하지 마라."

아프리카도 특별하게 더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포드의 고생길. 도로에서 타이어 휠이 망가지기 쉽다. 내던져진 타이어가 도로 주변에 종종 보인다.



첫 여행지, 케이프 타운


우리(*이하 그룹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겨한다)는 5박 6일가량을 케이프타운에 머물기로 했다.

나미비아로 가는 비자를 케이프타운에 있는 대사관에서 직접 신청하기 위해 기간을 조금 넉넉히 잡았다.

비자가 나오기까지 3일~4일 정도 걸린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서류에 미리 기입한 내용들 체크해서 방문하면 대사관에서 복잡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서류 등 준비할 것들을 꼼꼼히 준비하면 비자 접수는 금방 끝이 난다.


그동안 우리가 머물게 될 숙소는 케이프타운의 선셋 비치에 위치한 곳이었다.

5박에 총금액 35만 원이었다.

1인당 숙박비가 하루 1만 원~2만 원가량인 셈이다.

엄청 신중하게 골랐음에도 저렴한 가격에 조금은 걱정하던 바였다.

하지만, 웬걸? 쾌적하고 깨끗했다.

우리 집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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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에 물들어가는 하늘이 장관이었던 선셋 비치의 숙소.

방 2, 침대 3, 욕실 2, 거실, 조리대 3 (주방 넓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대형 TV 2, 테라스, 조리도구, 아일랜드 식탁, 에어컨.

모두 잘 갖춰져 있다.


5명이서 사용해도 집이 좁지 않았다.

지금도 케이프타운의 숙박비는 저렴한 편이다. 괜히 아끼려고 애쓸 필요 없다.

쾌적한 타운과 다운타운가의 밀집한 곳에 있는 호스텔의 가격차가 크지 않았다.

혼자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1박에 6~8만 원가량이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케이트타운의 다운타운가는 사뭇 분위기가 조금 다른 곳이 있다.

혼자여서 여행경비가 조금 부담되더라도 큰 도시에서는 다운 타운가 숙박은 조금 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심가 유스호스텔 같은 곳보다는 도시를 벗어난 지역의 사파리 캠핑장이 오히려 더 쾌적하다.


우리의 숙소 주방에서는 웬만한 음식은 모두 해 먹을 수 있었다.

소고기 1kg에 8,000원대.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귀한다.

배추도 우리와 같은 것이 있어서 간단히 겉절이를 담아서 도시에 머무는 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박스에 주섬주섬 넣어서 간 양념들 덕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마늘과 배추 등 야채를 구하는 것이 케이트타운에서는 어렵지 않았다. ( 식재료에 있어서는 사파리 캠핑장에서 재료를 구하기 어렵다. 가는 길에 대형 마트들이 보이기 때문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하려면 현지 마트를 찾으면 된다. 큰 마트가 꽤 많이 보이고 딱히 위험한 곳은 없었다. 여느 나라와 매한가지로 구석진 곳, 외진 곳만 조심하면 된다.)


맛보기 / 케이프타운 '테이블 마운틴' '시그널 힐' '선셋 비치'

케이프타운 도시 외곽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봤다.

대서양과 인도양을 항해하던 선원들에게 길잡이 되어주었다는 테이블 마운틴이 보인다.

200km 밖에서도 보이는 넓고 평평한 테이블처럼 생긴 이 산은 케이프타운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거나 등산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오후가 되면 구름이 순식간에 덮어버리는 산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보면 금방 올라갈 수 있을 듯한 높이인데, 땅에서 솟구친 모양새가 딱 봐도 가파른 경사다.

IMG_3210.JPG 넓고 납작한 왼쪽 봉우리가 '테이블 마운틴'
케이프 타운의 또 다른 봉우리 '라이언 헤드'


테이블 마운틴과 라이언 헤드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아직 사진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어설픈 한 컷으로 대신한다.

사실 사진을 많이 찍은 기억은 없다. 눈과 마음과 가슴에 담느라.

더군다나 나는 유명한 곳보다는 사이드에 더 매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그널 힐'이란 곳에 대한 이야기에 조금 더 애를 쏟아 넣을까 한다.


<시그널 힐> 여기가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두 개는 앞서 말한 테이블 마운틴과 라이언 헤드이다.

나머지 하는 사진 속 큰 봉우리 뒤편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가장 낮은 봉우리 '시그널 힐'이라는 곳이다.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그널 힐'에는 전망대가 있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야경을 볼 수 있는 핫플이다.

전망대는 못 찾았다.

발길이 닿는 대로 어슬렁어슬렁 킬리만자로의 표범 흉내를 내며 걷다 보면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나온다.

우리가 선 자리가 전망대였다. 딱히 어떤 시설이 있는 게 아닌다.


해가 서서히 지는 시각.

그날의 마무리는 아프리카의 뜨거움을 빛으로 보여주는 듯한 '시그널 힐'의 저녁노을을 보는 걸로 충분했다.

여전히 어색하고 쑥스러운 동행자들과 함께 처음으로 산책을 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걸어갔던 길이다.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푸른 오솔길을 따라 걷도 걷다 보면 멀리 대서양으로 돌아서는 둥근 해안의 넓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하루를 마치고 떨어지는 아프리카의 태양 속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뒤편으로는 붉은 일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테이블 마운틴과 라이언 헤드의 또 다른 모습이 정면에서 볼 때와는 다른 얼굴로 까꿍놀이를 한다.


남아공 케이프 타운의 일몰. 하늘과 바다는 구름과 빛의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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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힐의 '일몰'


동해 일출이 익숙한 대한 여행객들인 우리는 바다는 잠시 둘러보며 저기가 대서양이구나 눈도장만 찍었다.

시그널 힐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해안가를 뒤고 하고, 뒤편에 있는 라이언 헤드 쪽으로 방향을 틀서 언덕을 살짝이 넘어가야 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아프리카의 언덕을 걷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국적이고 멀게만 느껴지던 아프리카라는 곳을 걷고 있는데도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에 느끼는 설렘 같은 정도의 느낌이 마음을 조금 울렁이게 하는 정도.


언덕을 타고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던 길에는 우리 일행뿐이었는데, 반대 편에서 일찌감치 야경 스폿을 찾아갔던 유럽 여성 2명이 맞은 걸어온다.

사람은 우리와 그들뿐이어서 인사를 해야만 했다.

절로 마인드가 오픈된다.

서로 어디서 왔는지 묻는 것이 기본이니까 각자 태어난 나라부터 알려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정규 코스를 밟았다. 우리 팀이야 5명이라 아쉬울 것이 없었지만 그들은 2명이라 함께 사진 찍는 것이 어려웠을 터.

사진 함부로 찍어주지 않는 대한민국인을 만난 그들은 행운이다.

우리 팀들이 위아래 왼쪽 오른쪽에서 정성껏 찍어줬다.

우리의 청일점 매너남이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하고 반갑게 헤어졌다.


그렇게 계속 가던 길을 따라 오르는 언덕길에서부터 드디어 심장이 쿵쾅쿵쾅 거린다.

언덕에 선 나무 한 그루의 실루엣과 눈에 걸리는 것이 없는 너른 하늘을 보면서 "아프리카구나."라고 했다.

도시의 야경가 보이는 언덕으로 방향을 돌려 걷다 보니 완전한 어둠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야경은 정말이지 말문이 막혔다.

넓고 광환 우주의 어느 행성에 자리 잡은 문명의 새로운 도시처럼 납작하게 밝혀진 불빛.

아프리카라는 단어로 연상하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우리의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풍경이었다.


케이프타운 '시그널 힐'에서의 야경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유럽이라고 한다더니......

시그널 힐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정복의 시대'를 관통하는 세계사의 어느 한 부분에서 만들어진 유물 같기도 했다. 남아공에 간다면 테이블 마운틴을 한낮에 오른 뒤, 시그널 힐에 꼭 들러보길 권한다.


지금 시간이 새벽 2시.

나는 컴퓨터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한 평 정도의 작은 방에서 작업 중이다.

이 새벽에 글을 쓰면서 코로나가 사라진 세상인 양 나 홀로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다. 좋다.


다음 이야기를 빨리 쓰고 싶어 진다.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다독일 필요가 있다.

6,000km의 여정을 통해 먹고 이동하고 자야 했던 일상과 제각각의 나라에서 만난 사람과 동물과 이야기가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다듬어서 '여행'의 설렘이 묻어나게 할 작정인데..... 마음만큼 시간이 따르지 않는다.

서두리지 말고, 대충 하지 말고, 멈추지 말고 써내려 가기.

그래서 이번 이야기도 볼 때마다 수정하며 거북이 마냥 느릿느릿 글자에 정성을 쏟기로 한다.


내처 달려가고 싶고, 다 쏟아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서투른 글이 나오지 않도록, 천천히 끈기 있는 경기하는 마라톤 하는 글쟁이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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