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밥 먹어요
홍콩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로 출발했다. 이번엔 남아프리카 항공편을 이용했다. 내 기준에서는 이용하기 괜찮았다.
우리는 제일 뒷 좌석에 앉아서 내내 잠을 잤다. 그러다 생소하지만 익숙한 경험을 했다.
보통 기내에서 잠이 들었다 깨어나면 눈앞에 메모가 붙어있다. 쉽게 말하자면 '자고 있어서 밥을 주지 못했다. 미안하다"라는.
그러나, 남아공항공의 승무원은 밥을 먹으라고 우리를 흔들어 깨웠다. 두 번씩이나. 데자뷔.
잠을 자도 밥때만 되면 세상 무너지는 일이라도 되는 듯 깨우는 우리 엄마와 우리 할머니와 우리 큰어머니의 모습과 데자뷔. 신선했다. 즐거웠다. 보통 잠을 잘 때 깨우는 것에 극도로 피로감을 느끼는 편인데도 말이다.
항공사에서 정한 규칙인지 혹은 승무원의 관습적 행동인지 여부는 잘 모른다. 어쩌면 그 이모님 같던 승무원의 마음이었을 지도.
공항 직원이라 생각했다
후배와 나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동행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국인들에게 아프리카는 자유 여행지로 생소한 편이다. 지금 생각해도 나 역시 가게 된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그래도 갔다. 동행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프리카 여행의 패키지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자유 여행을 가려고 하면 이동 거리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교통비 등등의 문제. 그래서 아프리카를 자유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동행할 사람들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휴가 일정과 방문 장소, 머무는 기간 등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넓디넓은 아프리카에서는 '가는 길에 거기도 들르면 되니까'라는 말이 통할 수 없다. 너무 멀다. 때문에 일정과 장소, 방문 국가를 정하는 루트가 적어도 60% 정도는 비슷해야 그룹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겁쟁이 두 사람이 씩씩하게 해외 투어 중이던 3명의 영어 능력자들과 함께 했다. 정말 고마운 이들이었다. 우리는 2명, 동행자들은 3명. 총 5명이 합류해서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했다.
그 고마운 이들과 '케이프타운'에서 만나려면 '요하네스버그'에서 국내선으로 환승을 해야 했다.
여행 일정과 렌트 등에 대해서는 동행자들이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숙소 정도는 같이 검색을 해서 몇 군데를 알려준 거 외에는 공통의 여행 일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다. 하여 후배와 나는 사파리 캠핑 중에 일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각종 한식 재료로 박스 짐을 꾸려 가져 갔다. 동행자들은 한국을 떠나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그마한 선물이 되어줄 거 같아서. 당면과 라면, 밀가루, 달고나, 건빵 등등.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그 음식 박스 때문에 짐을 검색하는 곳에 가야 했다. 따로 공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공항 한쪽 구석 공간에 직원들이 박스를 쌓아두고 있었다. 캐리어만 나오고 박스가 나오지 않아 물었더니 그쪽으로 안내를 해줬다. 사파리 투어를 위한 음식이라 설명하고 애절한 눈빛 쏘기를 했다. 한국 음식인 라면 등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검사원이었던 것 같다. 웃으면서 무사히 통과를 시켜주었다. 선물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음에 얼마나 안심이 되었던지.
문제는 짐을 찾고 나와서 국내선 라인으로 이동해 환승할 티켓을 끊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티켓은 환승할 것 까지 모두 국내에서 예약을 하고 갔다.)
요하네스버그 공항은 라면 박스와 무거운 캐리어를 움직여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공항이 아니었다. 깨끗하고 현대식이었지만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우리 눈앞에 놓인 계단과 탑승권 발권 시간, 환전 시간 등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 게다가 항공권과 별개로 국내선에서는 캐리어 값을 따로 지불해야 했기에 그곳에서 환전도 해야 했다. (아프리카에서 웬만하면 카드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때 네임택을 목에 건 한 남자가 와서 티켓을 끊는 곳까지 도움을 주었다. 공항 직원이라 생각했다. 네임택을 걸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당당하게 보수를 요구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정보를 가지고 온 터였다. 하지만 네임택을 걸고 있을 줄이야.
순수하게 보상하려던 우리의 마음을 거절한 그는 '머니'를 요구했다. 우리는 값을 치르고 한 수 배움을 얻었다. 아, 다르구나. 조금 여유 있게 잃을 각오를 하거나, 눈 똑바로 뜨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겠구나.
이런 배움을 얻고서야 케이프타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모래산 같은 아프리카 땅 위를 비행 중이던 항공기 날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Flysafair : 안전 비행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