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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똥가리 Sep 01. 2021

놓아줄 걸 그랬다.

낯설고 새롭고 반가울 수 있게

큰일이다. 속으로 조금 걱정이 되는데도

누구인지 모를 사람들이 읽을 터인데도

터무니없게도 자꾸 쓰고 싶다.

낯섦.

낯선 여기가 나를 새롭게 만든다.


할아버지가 계시던 어느 꽃집에서

덜컥 저렴하게 산 화분이 있었다.

내 집에서 키우던 이름을 알 수 없던 그 식물이

이사를 보낸 마당 있는 집에서 꽃을 피웠단다.

처음 보는 꽃 사진을 받았다.

낯설다. 새롭다.


줄기만 Y자 모양으로 한없이 벌린 채 자랐고

앙상한 나뭇잎이 탈모에 걸린 것 마냥

듬성듬성 겨우 붙어있더니만

한 달도 안 되어 이렇게 꽃을 활짝 피웠단다.

꽃이 핀 다음에야

이름이 '란타나'라는 것을 알았다.

낯선 곳에서

이렇게 잘 자랄 줄 몰랐다.

낯선 곳에 가야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꽃이 7번 색이 변하는 아이란다.

엄청나게 강한 생명력을 가졌단다.


살아남으려 버티고 있었던 건데

일찍 놓아줄 걸.

내가 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볕도 바람도 물도 충분했지만

란타나에겐 마음껏 흔들릴 자유가 없었나 보다.

자리가 맞지 않았나 보다.


낯설고

새롭고.

알게 되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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