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가 이 친구를 뽑아도 될까?(서류심사: 자소서 잘적기②)
(지난편에 이어서...)
② 잘 읽히고 잘 이해되게 적어야 한다.
보통 자소서 항목을 보면 2,000자 內 등 글자수 제한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2,000자는 너무 적은데.... 어떻게 잘 써야 되나 고민하기도 하고, 굳이 2,000자 근처까지 써야하나... 고민하기도 할 것이다.
두 번째 고민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글자수 제한이 있다면 제한선 근처까지 쓰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일단 기관에서 글자수 제한을 걸어놨다는 것은, 이 정도는 적어야 지원자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준을 만들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지원자들은 빽빽하게 적는데 본인 칸만 휑하다면 상대비교 대상이 되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제한기준 근처까지도 자신을 어필할 만할 거리가 없다면 회사에서 굳이 당신을 뽑겠는가?
첫 번째 고민에 대해 살펴보자. 적을 것은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다. ‘이 회사는 왜 이렇게 글자수가 적은 거야!!’ 라고 불만을 가져봐야 도움이 안 된다. 글자수에 맞춰서 내용을 잘 요약하는 것 또한 능력이다.
회사에서 중요한 보고를 앞두고 보고문서를 만들 때 정말 많은 수정과정을 거친다. 한 두 페이지 안에 배경(필요성), 관련 근거, 운영 개요, 고려사항, 행정사항, 기타사항, 향후 계획 등의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계속 문구를 수정하고, 문장을 다듬는다. 출력해서 문장이나 표 배치가 잘 되어 있는지도 보고, 어떻게 하면 처음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울까를 수없이 고민한다. 글은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적어야 한다.
자소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자랑할만한 수 많은 내용들을 정해진 글자수 내에 심사위원이 이해하기 쉽게 잘 적어야 한다. 그것이 능력이다.
이해하기 쉽게 적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질문 항목에 따라 기술방식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 중요내용이 앞에 나오는 자소서를 선호한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지만 심사위원은 너무 많은 자소서를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눈에 띄는 자소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앞에서부터 내용을 전개하다가 뒤에 성과가 나오는 내용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사위원이 내용파악에 힘을 쏟아야 한다. 반면에 앞에 성과를 먼저 적고 뒤에 관련 내용을 전개한다면, 읽을 때 ‘아 이사람은 이런 성과를 냈구나.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다. 읽는 시간 내내 성과가 머릿속에서 남아있게 된다.
‘갈등을 해결한 사례를 기술하시오’란 항목을 예시로 들어보자.
‘저는 oo기관에서 복무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에 따라 유연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근로자들은 유연근무제를 환영하였지만, 경영진은 복무관리 불가, 근무기강 해이, 직원 간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였습니다. 저는 보직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여 유연근무제 우수사례 등을 공유하였고, 질의 응답을 통해 보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며, 복무관리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해도가 높아져 최종적으로 직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제도를 도입하였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원장 표창을 수여하였습니다. 귀 기관에 입사해도 갈등관리를 통해 원활하게 oo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자소서를 읽어보자.
내가 썼지만 괜찮은 자소서이다. ‘배경-갈등과정-해결방안-성과’까지 잘 연결되어 있으며, 구체성이 있고, 실제 이슈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복무 관련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성과를 앞에 먼저 적어서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보직자 직접 설득을 통한 유연근무제 기관 최초 도입(원장표창 수여)’이라고 제목을 달고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모야, 경력이 짧은 직원이 보직자를 직접 설득했다고?’, ‘기관 최초 제도 도입을 이 사람이 했다고?’, ‘도대체 어떻게?’, ‘표창까지 받았네?!’라는 성과 인식? 신선함? 등을 가지고 글을 읽게 될 것이다.
ⓑ 문장 구분, 줄 구분을 잘 한 자소서는 읽기가 좋다. 자소서들을 읽다 보면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냥 쭉 이어서 쓰는 자소서들이 많다. 일단 보기에 부담스럽다. 앞에도 기술했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독성이 좋게 쓰기 위해서는 내용별로 문장 구분을 하는 것이 좀 더 편하다. 물론 해당 사항은 자소서 입력 시스템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상황별로 적용을 해야 한다. 만약 한글로 작성하는 자소서라면 필자는 중요한 부분에 밑줄, 볼딕 처리까지 할 것이다.
ⓒ 쓸모없는 내용들은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구구절절, 이 얘기 저 얘기가 적혀 있는 경우는 보통 적을 만한 내용은 없는데, 글자수는 채워야 해서 적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적을 이야기가 많은데 내용 정리를 못하거나, 중요 포인트를 강조 못하는 경우에는 개선 가능성이 있다.
갈등 해결사례를 작성한다고 가정해보자. 적는 내용에 따라서 해결 과정이 중요할 수 있고, 해결 방법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해결 과정이나 방법은 별거 없었는데 의외로 성과가 크게 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모두 내용별로 작성 비율이 달라야 한다. 즉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많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 과정에서 큰 노력이 들었고 그 노력이 어필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 원인 및 결과 등의 분량은 줄이고 과정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자소서를 읽다보면 가장 정리가 필요한 내용들이 많은 항목이 ‘자기개발계획, 업무수행계획, 입사후 포부’ 부분이다. 필자가 해당 항목에 대해 보는 포인트가 몇가지 있다. 지원업무에 대한 이해가 있느냐, 기관의 주요정책·사업 등에 대한 이해가 있느냐, 입사후 경력개발 로드맵이 있느냐이다. 지원업무에 대해 알지 못하면 타자를 치는 것조차 시작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구구절절 관련 없는 이야기만 쓰다가 자소서가 끝난다. 자기개발계획이나 입사후 포부 항목의 경우 ‘지원 업무가 어떤 일을 하고, 그것이 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 어떠한 부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역량을 어떻게 개발하여, 최종적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기관에서 위치를 차지하고 싶다’라고 나오는 것이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수행계획의 경우는 기관의 최근 이슈 및 주요 사업 등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