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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카 Jun 23. 2023

엄마도 아픈데 너까지 아프면 어떡해

조울의 파도 그 어디쯤에서...

우울증 약을 한 5년 먹었을 때였나?

처음 약 먹기 시작할 때에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란 내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1년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고 답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울증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나는 내 마음의 상처가 아주 깊고 깊음을 실감했다.


4년이 넘어갈 때는 이미 울증을 고치는 걸 포기했다.

선생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내 속에 검은 그림자들이 1년이 지나도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였다.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이 갔는지 모르겠다. 이 병이 당뇨처럼 관리되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은 책 읽기 전에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완치보다는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답이 없어 마음이 지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집안에 아주 큰일이 생겼다. 내 정신이 무너질 수 있을 만한 일이 생기면서 더 이상 뜨듯 미지근하게 듣던 약이 듣지 않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태위태하게 바늘구멍이 나 있던 댐에 물이 터져 구멍이 본격적으로 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입원시켜 주세요..."


이 말이 절로 나왔고 선생님도 적합하다 판단하셨는지 입원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속세와 연을 끊다시피 한 달간의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입원생활의 목적은 3가지였다.


첫째 전체 검사를 통한 정확한 병명

둘째 약물 조절

셋째 외부 자극 차단


난 너무 오래전에 검사를 받았기에 한 번쯤은 다시 할 필요가 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결과는...

우울이 아닌 조울증이었다. 그것도 제2형...

경조증이 시기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울증과 불분명하게 나타나서 우울증이랑 헷갈리는 병이다.


울증이 심하게 가면 조울증으로 간다는 카더라 통신을 여쭤봤는데 의사 선생님께 확인한 결과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처음부터 조울증이었던 것이다.


울증 약을 먹으면 약이 듣는 것 같다가도 적응이 되어 다시 우울해지고, 다른 울증약으로 바꾸면 또 듣는 것 같다가 적응이 되어 다시 우울해지고가 반복된다면 다시 검사를 해보길 바란다. 우울증이 아닐 확률이 높다.


조증.

나는 그다지 행복하거나 들뜬 기분이 든 적이 없고 항상 우울하기만 했는데... 모니터링 결과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하니 그런가 보 생각했다.


우울증의 모습을 감추고 다른 사람과 대할 때는 아무 일도 없는 척 태평하게 대하고 웃고, 때로는 혼자 분에 못 이겨 삭이는 모습이 조증으로 나타났던가보다. 나는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증의 모습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나타났었던가...


아... 심하게 소비하는 경향도 있었지.


조울증...

지금은 마냥 괴롭기만 하다. 내가 이런 병에 걸려 항상 괴롭게 될 줄은 몰랐다. 마음이 이렇게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갈피를 못 잡고, 공허하고... 지금은 약조절 덕분에 조금 살만하다. 2년 전보다는...

그래도 어제는 많이 힘들었다.




행복은 어디를 가야 찾을 수 있을까?

파랑새를 잡으면 찾을 수 있을까?

멀리도 아니고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이 시간 행복하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마음 아픔의 항해를 한 게 언제인지를 사실 정확한 시점조차도 모르겠다.


몇 년 전일까? 출산 후일까? 아니면 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아니면... 시어머니 구박이 시작됐을 때부터? 하하.

여기 며느리 빡침 에세이도 있던데... 잘 읽어봐야지.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어릴 적은 확실히 아니라는 사실...


그땐 행복하고 기쁘고 설레고 어린아이가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동심과 기쁨이 있었다는 것. 록 나쁜 어른들을 만나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구김은 없었다는 것...


그나마 그것이 다행이라는 것...

 



오늘은 아침에 하백이가 약을 먹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약을 꾸준히 먹으니 화가 덜 나는 거 같아요."


그 말에,


"응... 약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계속 유지되니까 빠지지 말고 먹어."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내가 서글펐다.


내 약의 일부와 하백이의 약은 같다. 아빌리파이가 뭐길래 이렇게 효과가 좋을까...


참... 난 아빌리파이에 부작용이 심해 먹질 못했는데 코로나가 체질을 바꾸면서 아빌리파이 부작용을 없애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대신 리튬은 못 먹게 되었지만...


이럴 땐 코로나에게 감사해야 하나. 웃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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