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개는 건실한데 집착하는 일은 별로 없다. 말초적인 즐거움을 건드릴 수 있는 것에 집착한다. 일상의 평범함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에 집착한다.
그래서 검사하면 자꾸 마약중독 성향이 나오는 것 같다. (헤로인 중독이라나 뭐라나...)
나는 주로 머리를 못살게 굴었다. 탈색을 하고 빨주노초파남보로 색을 바꾸고 귀를 뚫었다. 타투는... 참았다. 자해도 같은 이유로 참았는데, 자상을 남기고 싶진 않아서... 대신 멍을 만들었다. 멍은 적어도 흉터는 남기지 않으니까......
뭐 귀는 자상이 아니냐 그러면 할 말은 없다. 그러니 모순 투성이다. 맥락이 없다. 앞뒤가 안 맞다. 그런 이유로 소설을 써도 힘들다. 앞의 내용을 다 잊어버린다.
여튼 벗어나려 애써보지만 항상 제자리다. 일을 벌여놓고 후회한다.
그러다 몇 년 전 우연히 다육이를 보는데 꽃처럼 예쁜 것이 힐링이 되었다. 틸란드시아도 그랬다. 행잉도 그랬다. 그저 식물들은 조용히 나를 힐링시켜 주었다. 시끄럽지 않고, 초록색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고, 며칠에 거쳐 또는 몇 달에 거쳐 목마름을 드러낸다.
밖에서 힐링하는 게 아니라 방 안에서 힐링하고 싶었다. 행잉으로 방안을 장식하고 베란다에 다육이들을 가져다 놓았다. 그런 것이 벌써 몇 년째...
살아 놈은 아이들은 살아남고, 죽은 놈들은 죽고...
덕분에 이제 거실에 화분 정리대까지 들여놓고, 한쪽 커튼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일까지 일어났다. 식물이 아니었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항상 아이들이 학교 가면 창문도 겁나서 열지 못했고 커튼도 24시간 닫혀 있었으며 신랑이 거실 환기라도 할라치면 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있었으니까...
커튼은 다 쳐도 한쪽은 열어놓는다.
식물때문에 천장 실랭팬도 돌리고, 저 큰 식물은 하백이와 함께 키운 강낭콩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방은 못 치워도 맞바람 치라고 창문은 열어 놓는다.
몇년된 이오난사는 디시디아 속에 묻혀있다.
안방에 행잉과 종을 걸어놓은 모습이다. 종소리도 정말 좋아해서 살짝씩 기분 우울할 때 건드리면 기분이 나아진다.
틸란드시아는 인터넷으로 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 인터넷이라 사이즈가 가늠이 안 돼서...
이번에 꽃을 피워 예뻤다. 지난번에 틸란드시아를 말려 죽여서 이번엔 잘 키워보려고 한다.
얘네들은 몇 년씩 키운 애 들이다. 정말 오래 나와 함께 해준 다육이들... 베란다에 있어서 자주 못 들여다보는 게 흠이어서 항상 아쉬웠다. 행잉아이들은 이번에 들였기에 잘 키우고 싶다.
위에 러브체인은... 푸는데만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너무 오래 걸려서 되도록 만지고 싶지 않다. 조금만 건드리면 엉켜버리기 때문에...
왼쪽부터 푸에고 드루이드 이오난사
이오난사
요놈들 이오난사...
종류는 다르지만 티는 안나는 것들...
꽃 피울 때까지 잘 키울 수 있을까 싶지만... 몇 년 된 이오난사는 사실 형편없는 채로 디시디아 속에 묻혀있다.
너무 굶겨서 죽다 살아났다.
요즘 이 애들만 바라보고 멍 때리고 있다.
아직 뭔가 할 기운은 나지 않지만 그저 멍...
아픈 둘째 녀석 하백이는 지금 학원은 다 끊고 쉬고 있는데 약 잘 먹어야 낫는다고 하니 그동안 안 먹으려던 약도 아침마다,
엄마 약 어딨어요? 내가 약 먹었나요? (ADHD 특징 중하나는 잘 잊어버리고 기억을 잘 못한다)
하고 찾는다.
그런 거 볼 때마다 불쌍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의 이런 노력은 잘 모른 채 그저 결과만을 보며 손가락질하는 경우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파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럼 현실을 도피하고 숨고 싶어 진다. 일방적으로 '이런 병이 있는 사람들은 뉴스에 나온 것처럼 다 그래'라고 매도당할 때라든가, 우리 아이같이 지난번 학원 사건 때처럼'편견의 눈'으로, '매의 눈'으로 관찰당할 때라든가...
1~2년 전에 학교에서 상당히 심한 분노조절과 ADHD를 가진 아이가 학교 엄마들에 의해 강제전학을 당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상당 부분 피해를 주었고 그 아이 때문에 선생님이 세 분이나 그만두셨기 때문에 할 말은 없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던 건 사실이다.
그 부모들이 더 했어야 할 일은 없었을까?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이 더 했어야 할 일들은 없었을까?
뭔가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그냥... 그날... 내 일도 아닌데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엊그제는 갑xx네에서 시킨 유칼립투스와 로즈마리(매번 키우기 어려워 매번 죽이는 로즈마리...) 올리브나무, 홍페페가 왔다. 분갈이를 해놓으니 그럴듯한 게 조금은 기뻐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