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이는 어릴 때부터 형아바라기였다.
하진이에게 하백이는 신이었고 뭐든 척척 잘 해내는 만물박사였다.
하백이가 처음 코딩을 배워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들었을 때도(아주 간단한 거였는데) "역시 형아야"라며 그렇게 외치던 아이였다.
하진이는 형아를 모두 따라 했다. 말투, 행동, 하물며 입는 옷까지 형아가 하면 그에겐 유행이고 전부가 되었다.
같이 놀자고 하면 놀았고, 안 논다 해도 따라다녔다. 그러다 형아가 수틀리면 맞기 일쑤였다. 하진이는 형아의 노리개였다.
난 그런 하진이가 항상 안쓰러웠다.
그래서 더 끼고돌았나 보다.
열손가락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 덜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는 하진이만 좋아해."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내가 어릴 때 동생을 시기해서 무조건 아빠가 좋다고 대답했던 그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엄마가 되었듯이, 나는 그런 엄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음에도 그런 엄마가 되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이들에게 울면서 미안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엄마가 미안해. 너희들 어릴 때 때려서 미안하고 사소한 실수에도 소리 질러서 미안해. 하진이에게 한 것만큼 못해서 미안해. 엄마도 안 그러고 싶은데 엄마가 많이 아파. 그래서 너희들에게 그랬어. 그러는 줄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잘 안 됐어. 미안해."
그때 아이들이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엄마는 잘못하면 사과하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하진이는 내 눈에 항상 애기였다.
그러던 하진이가 이제 형아한테 대들기 시작했다.
아직 형아에 대한 존경심과 형아바라기가 사라진 건 아닌데 자신이 억울한 게 생긴 모양이었다.
이제 독립하려나 싶었다.
옷도 형아랑 다른 옷을 입는다.
맞으면 때리기도 한다.
형아가 놀자고 하면 싫다고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는 하진이만 좋아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쯤 되니 둘이 너무 싸워 난리다.
하백이가 ADHD로 판명되고 하진이는 경계성이란 진단을 받았다.
둘이 짝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둘이 너무 붙어있어 분리가 필요한데 그러기가 힘들다는 것.
규칙을 정하자.
만져도 되냐고 묻자.
싫어하면 하지 말자.
원숭이라고 부르지 말자.(하백이가 자꾸 하진이를 원숭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수업하고 나오지만 일주일간 도루묵이 되어 나온다.
오늘도 한바탕 하고 태블릿 할 때만 조용히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 보면서 난 또 글을 쓰고 있다.
언제쯤 평온이 찾아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