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 10개에 무지개색 머리
나에게 그리운 것...
시어머니가 폭언을 할 때마다 귀를 뚫었다.
좋았냐고? 아니다.
나는 바늘 공포증이 있다. 뚫었을 때 쓰러진 적도 있다.
그냥 자해 같은 거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자상을 남기는 걸 싫어한다. 흉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 때려 멍을 남겼고, 웬만큼 화가 나서는 멍을 내는 짓은 안 하기 때문에 그냥 귀를 하나씩 뚫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0개가 되었다.
10번 폭언을 들은 건 아니고... 더 많이 들었지만... 정말 우울감이 심하고 자살사고가 심할 때 가서 뚫었다.
아픈 게 좋았다.
그저 아프면, 나를 괴롭히면, 핑곗거리가 생겨서 좋았다. 마음의 아픔은 보이지 않지만 겉모습의 아픔은 쉽게 보이니까...
-아 네가 아프구나. 그럼 좀 쉬어. 아프면 쉬어야지.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이런 말을 해주는 이가 있는가?
그래서 몸을 더 못살게 굴었던 거 같다.
수술하는 것도 좋았다.
수술하다가 잘못되어 죽는다면 말할 수 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아프면 또 핑곗거리가 생기니까...
머리가 알록달록 한 건 그냥 좋았다.
검은 게 싫었다.
탈색을 하고 빨주노초 무지개색으로 염색하면 미친년처럼 보여 좋았다.
여태 순둥이처럼 보여 당한 게 많아서, 그래서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옷도 원색으로 입고... 입술도 빨갛게 하고 다녔다.
아... 여자 조울증인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다니던데... 딱 맞네 내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신까지 이상해져 버린 것은 아니다. 그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 외적인 것에서 이미 편견을 가졌으려나? 생각하는 것에서 이미 편견이 시작되었으려나?
하지만...
나도 정상적인 사람처럼 사고방식을 하고, 생각을 하고, 마음이란 게 있다. 약간 뇌기능이 저하되고, 기분조절 장애가 있을 뿐이다.
남들보다 조금 예민하고, 소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뿐...
그래도 집중할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에 집중하면 성과도 나온다.
그냥 말 안 하고 있으면 아무도 내가 아픈 줄 모른다.
그저 지금은 내 기분이, 내 의지가 조금 정상인처럼 돌아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상쾌함을 맛보고 싶다는 것...
여행을 계획하면 설레는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는 것...
재밌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
무기력하고 우울한 거 말고, 일상생활에 있어 이런 작고 소소한 것들을 그저 느껴보고 싶다는 것... 그냥 그런 것...
그런 것이 그냥 그립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