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하란 말이야.
어느 날 gx강사에게 고백을 받았다.
뜬금없이는 아니고 여러 징후들은 있었다. 다만 모른 척했을 뿐...
조울이 있는 나는 우울감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당시만 해도 단순 우울증인줄 알았지만...)
뱀파이어처럼 매일 어두운 곳에 틀어박혀 나와보지도, 산책도 안 하는 나에게 신랑은 운동을 권유했다.
집에서 주로 운동을 하다가 살을 많이 빼고 gx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친해진 언니들을 따라 여러 군데를 끊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중에 한 강사가 나를 갈구기 시작하는데 어찌나 밉던지...
팔이 왜 안 펴지냐. 어디 아픈 거 아니냐. 병원 좀 가봐라. 인상은 있는 대로 쓰면서 악담이란 악담은 있는 대로 퍼부어 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이 강사가 노망이 났는지 당근을 주기 시작했다.
gx가 끝나면, '나 갑니다.'라고 꾸벅 인사하고 나가고... 자세 한번 더 잡아주고...
왜 저래하는 동안 그 사람의 핑곗거리로 몇 번 커피를 마시게 됐다.
10시 타임이라 주부반인 거 알 텐데... 혹시 모르나?
"저기 저 결혼했어요."
그는 말이 없었다.
"애도 셋이나 있어요. "
여전히 침묵 속에 있었다. 그는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는 침묵을 깨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결혼하셨는지 몰랐어요. 애가 있다는 건 더더욱... 저는 결혼 안 했거든요."
우리 둘은 말이 없었다.
"그래도 어색해하지 말고, 운동 끊지 말아요."
그는 그렇게 자리를 떴다.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내가... 조금 마음이 끌렸었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아니, 아니었다. 끌렸다기보다 신선한 충격에 놀랐다가 그저 반복되는 일상의 무기력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게 싫었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운동 다니는 언니들에게 했더니 언니들은 머리를 쥐어박으며 '너 이 자식 다신 거기 가지 말라'라고 했고, '큰일 날 애'라고도 했다.
신랑한테는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말을 했다.
신랑은 나를 쳐다보았다.
"근데 나 믿어줘요. 내가 당신 배신할 일 없을 테니까. 그 gx는 당장 끊을게."
눈물이 났었다는 얘기도 했다. 그 눈물이 왜 났었는지도 얘기했다. 가만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신랑은 날 믿는다고 했다.
"내가 당신 안 믿으면 누굴 믿나..."
난리 칠 법도 한데 그냥 그 말이 고마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난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동안의 서러움을 담아...
"그니까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아줌마들이 하는 말..
그거 있잖아. 그거. '대학생인 줄 알았다고' 그런 말에 좋아하지 말고, 어? 그리고 그 뭐야, 총각 같았단 말에 좋아하지 말고, 나한테 잘하란 말이야. 알았어요? 나 아직 살아있다고."
이 정도면 방귀 뀐 놈이 성내고 만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