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가 역삼에서 일할 때 마침 역삼에 일이 있어 겸사겸사 얼굴이나 보자며 가던길에 다른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뭐 하냐고 묻는데 '하이바 만나러가 -ㅅ-' 라고 하려니 얜 하이바를 모르니까 본명을 얘기하려고 했더니 하이바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거다.
'어? 나 내 친구 하이바 만나러 가는데 하이바 이름 생각 안나! 하이바 이름 뭐지 -ㅁ-?!?!'
하고 버둥대는데 전화를 끊고나서야 기억이 났다. 하이바는 그런 친구다 십년 넘게 별명을 이름처럼 불렀고 번호도 하이바로 저장했드만 이름이 헷갈리는-_-;
고3때 입시 때문에 분당으로 덜컥 전학온 내가 '그냥 맘에 들어서' 친하게 지냈다는 여자.
현재는 함수안에 함수를 넣고 다시 함수를 넣은 수식을 써서 엑셀로 랜덤 뽑기 프로그래밍을 만들어내는 함수괴물이다.
위례신도시 핫플레이스 니어마이비. 하이바네 회사가 운영하고 있고 현재 단지 조성을 위한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 진행중이라 한번 눈으로 보고싶었다고 한다. 하루 20잔만 판매한다는 마이비커피 두잔을 임직원 할인으로 저렴하게 계산하고 잠깐 좋아하더니 곧 회사에서 월급 받아서 방금 회사에 다시 줬다며 허탈해하는 여자.
생지를 배달 받는게 아닌 모든 지점에서 새벽에 출근해 유기농밀가루와 천연 효모로 반죽하여 숙성시킨 후 구워내는 밀도의 빵들. 역시 하이바네 회사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맡고있다. 맛있으니 먹어보라며 한 봉지 가득 빵을 쥐어주는 여자
하이바의 최근 고민은 "난 예술의 가치를 모르겠는데 뭐 어쩌라고" 다.
답답한 마음에 예술하는 친구를 불러낸 여자는 밥을 먹으면서 예술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꽉막힌 혹은 속물 취급을 받는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짜증을 털어놓았다.
그러게말이다...예술에 모두가 공감해야하는건가?
일단, 예술가가 모두가 공감하는 예술을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작품의 동기는 무궁무진하다. 모두가 공감하는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내면의 밑바닥까지 긁어모아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그렇게 하는게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고, 문득 생각이 나서 하기도 한다. 한 작품에는 예술가의 온갖것이 다 들어가있으니 한 사람을 만나는것과 같다고 하겠는데 사람에게서 받는 감정과 느낌이 통일될수는 없는 일이다. 공감을 강요하는건 폭력이다.
이상을 추구하는 자는 보통 현실에 두들겨맞고 무릎 꿇곤 하지만 "이상"은 "이상" 이라 늘 닿지 않는 저 먼곳에 고귀한 패배자로 기품을 잃지 않고 있다. 니어마이비는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공간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다. 하이바는 "이 넓은 공간에 좌석이 너무 적고 회전율이 너무 안좋아" 하는 극단의 이과 감성으로 날 웃게했다. 물론, '이 공간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나는 충분해' 하면 아름답긴하지만, 투자대비 수익을 따진다고 꿈도 이상도 없는 사람이라니 너무하잖아. 이상의 고귀함 뒤에 숨어서 현실을 말하는 자를 매도하는것도 폭력이다.
안타깝게도 그리 자연스럽거나 좋은 동기는 아니지만, 내 친구가 예술을 만나는 길목 앞에 서있다는건 반가운 일이다.
"넌 가치란게 애매한거 잖아 그럼, 테크닉을 봐봐. 예술은 기술이 있어야 해. 말 하는거랑 똑같아 니가 진짜 엄청 똑똑한거야 근데 말을 겁나 못해서 전달을 못해 그럼 그건 그냥 너만 아는거잖어. 뭐 야수파니 표현주의니 해서 누가 엄청 거칠고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걸 보고 니가 오 뭔지 모르겠지만 멋있다. 하면 일단 작가가 훌륭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거겠지. 뛰어난 기술에 대한 가치는 접근하지 쉽지 않으? -ㅅ-"
"어 그건 훨씬 편한것같아 -_-"
다음번엔 같이 재즈바 가서 맛있는 맥주나 마시면서 공연이나 한번 보자 여자야. 4년제 명문 음대 나온 친구가 옆에 앉아서 테크닉 분석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