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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냐냐 Mar 25. 2017

첫 번째 진짜 일기.




이건 진짜 일기.

나에 대한, 그러니까 나혜인에 대한 이야기.



1.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수업이 있다. 

아이들도 나도 대충 눈곱만 떼고 나와 서로의 제비집 같은 머리를 보고 키득거리며 시작하는 수업이다. 오늘은 영 피곤이 안 풀려서 일단 애들이랑 불을 끄고 누워있었다. 딩굴딩굴 구르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 오늘 놀까...?"

애들이 노는 걸 보는 게 좋다. 불도 꺼놨고 처음엔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들은 귀신놀이로 종목을 바꾸더니 귀신이랑 좀비가 구분이 안된다면서 좀비 놀이로 수정한 다음, 어느새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역할을 나누고 연기를 하며 짧은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주변의 악기를 사용해서 비 오는 소리 문 열리는 소리를 알아서 만들어낸다. 우는 연기 죽는 연기 좀비 연기 놀래서 도망가는 연기 애드리브까지 친다.

이런이런 놀게 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녀석들.




좋아하는 인주 색 구두 

기분 드러워서 표정이 서늘했던 날

이윽고, 적당한 고민의 답을 찾고 평정심을 되찾은 표정.



2. 내 다음 전화는 구형 블랙베리가 될 것이다.

핸드폰 액정을 깨 먹어서 10만 원이 날라갔다. 아 젠장 어찌나 아까운지...

10만 원이면 온전히 나를 위한 무척 생산적인 소비일 때도 두 번 이상 생각하는 돈인데 이따구로 쓰게 되니 짜증이 났다. 그래서 서점에 들어가서 사려고 점찍어뒀던 책을 정신없이 집어 들고는 낑낑대고 들고 왔다.



3. 글을 잘 쓰려고 한다.

잘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잘 쓰려고 한다.



4. 나를 형상화 하기.

냐냐는 내 별명인데 이걸로 로고를 만들어줄 테니 본인 삶의 가치관등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고민을 잠깐 해봤는데, 퍼즐이다. 퍼즐 맞추는 거 진짜 재밌어한다. 사는 것도 퍼즐 맞추듯이 산다. 한 조각 한 조각 나를 맞춰서 내 보기에도 뿌듯하고 남 보기에도 좋은 모습을 완성해나가는 게 좋다. 물론, 다 맞춘 다음 와르르 쏟아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 까지. 다 맞춘 다음 와르르 쏟아내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워진다. 게다가 쏟고 나선 이전보다 훨씬 멋진 퍼즐을 맞춰야 하니 이 얼마나 재미있으려고 심장 쫄리는 인생인가 



5. 최악의 실패 상상하기.

내 최악의 실패는 집으로 돌아가 언니네 영어학원에서 애기들 가르치고, 형부 친구 치과의사랑 결혼해서 사는 거다. 이 삶이 내 최악의 실패가 되는 이유는, 더는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모든 걸 "스스로" 포기한 상태까지 떨어져야 선택 가능한 삶이기 때문이다.



6. 최고의 성공 상상하기.

최악의 실패를 상상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나의 바닥과 함께 저 먼 끝을 상상하기 위해서.

놀랍게도, 끝이 없다.

놀랍게도, 아직도 무엇이든 되고 싶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놀랍게도, 지금 내 꿈은 이거예요. 하고 말할 수 있는 명확한 한 단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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