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으로 이사온 처음 세달은 카드값이 아주 빵빵 터졌다. "아 여긴 꼭 가봐야지" 했던 맛집이나 카페들이 지하철 타러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요염하게 누워있으니 "허?" "흐엉?" "이렇게 가까워?" 하면서 정신없이 긁었더랬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람은 주어진것의 고마움을 금방 잊는다. 세달즈음 지나니까 그냥 [집앞] 일 뿐....-ㅅ-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랑 바이닐앤 플라스틱이 궁금해서 오랫만에 이태원까지 발걸음 했다.
하앙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요기 다 모였넹. 레드핫칠리페퍼스, 롤링스톤즈, 로비윌리엄스.....
내 취향은 R 과 J 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이름 철자에 거의 R과 J가 들어간다.
바이닐앤플라스틱은 음반에 대한 "소유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더이상 CD를 사지 않는다고 한탄하지만 원래 음반은 사는 사람만 사던 기호품이었고, 음원으로 세대교체 되면서 철 지난 매체가 자연스럽게 소외된거지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안듣고와 음반 판매량은 상관 없다고 본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는 압도적인 파사드의 건축물에 음반매장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봐봐 멋있지? 이걸 사는건 너의 높은 문화적 역량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꺼야" 하며 꼬시는건 정확한 방법인것 같다. 소비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거.
그리고, 한시간을 기다려서 입장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이거 책임 맡은 사람 아무래도 롤링스톤즈 덕후다. 건물 측면에 거대하게 프린팅된 사진도 롤링스톤즈 공연에서 촬영한 관객들의 얼굴 이라던데 라이브러리에도 롤링스톤즈의 스크랩된 신문 기사가 연도별로 정리되어있다. 놀랄만큼을 넘어서서 무섭게 느껴지는 양이었다. LP도 50년대인가 60년대부터 장르를 나눠 알파벳 순으로 있다. 이 라이브러리를 채우기 위해선 자금력과 정보력과 덕력의 삼위일체가 필요했을것이다.
한번에 세 장까지 LP를 대여할 수 있는데, 나는 일단 비틀즈와 레드제플린을 꺼내들었다. 비틀즈는 디지털 신호로 전환되지 않은 당시의 소리 그대로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서 였고, 레드제플린은 내가 연도를 골라서 태어날 수 있다면 주저없이 50년도를 택할 이유다. 69년에 레드제플린의 첫 앨범이 나왔으니까 50년대에 태어나면 내 나이 19살에 레드제플린이 등장하는거고, 나의 20대를 제플린과 함께 하게 되는거다. 아악 생각만해도 겁나 좋아!!!! ㅠㅠ 아...진짜 좋다.....아......진짜.....다시 태어난다면 영국에서 50년대에 태어나게 해주세요....아.....진짜 행복하네 막.....아...........
헤드폰 끼고 듣는 내내 속으로 겁나 좋아!!!! ㅠㅠ 를 외치면서 주먹 꽉 쥐고 있었다. 아 자주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