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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냐냐 Mar 11. 2017

대림미술관



바쁜날이었다. 남대문 가서 뿌옇게 보일 만큼 흠집이 많이난 안경알을 바꾸고 대림미술관 들러 곧 전시가 마무리 되는 닉 나이트 사진전을 관람하고 미술관옆집에서 책을 한권 다 본다음 반디앤루니스에 들렀다가 시민청으로 회의하러 가야했다. 9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하고 흣차흣차 집을 나섰다.





"Out of your comfort zone"

닉 나이트가 처음 각인된건 일본풍으로 잘 차려입은 데본 아오키의 갈라진 이마에 커다란 옷핀을 꽂아놓은 사진을 보았을 때다. 좀 어릴때 봤던거라 이마를 뚫고 들어가 맞은편을 뚫고 나온 커다란 옷핀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포토샵 이었겠지만 그땐 포토샵 이란게 있는줄도 몰랐다.  

안정된 곳에서 나와서 이전에 상상해본적 없는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위해 분투하라는 닉 나이트는 자신 뿐만 아니라 사진을 보는 관객의 Comfort zone 까지 깨버린다. 정말 불편한 작품을 하는 사람이다. 






첫번째 사진이 닉 나이트를 유명하게 만든 사진집 스킨헤드.

사진에 보이는 날것의 폭력성과 분노는 실업의 원인을 상대적인 약자 였던 유색인종에게 돌려 테러를 정당화하던 백인우월주의자로 변질된 스킨헤드들 일꺼다.

그래서, 강렬한 사진이지만 멋지게 보이진 않는다.

그저 그들의 분방한 삶과 스타일, 그리고 펑크에 매료 되었을 뿐, 정치적 성향엔 관심도 없었다 말하는건 선을 그어 거리를 두기 위한 변명 이라고 생각한다. 나치도 스타일은 기깔났었다.





대림미술관은 건설회사 대림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라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한다면 입장료는 단돈 4,000원. 게다가 한번 표를 구매한 전시는 기간내에 몇 번이건 재입장이 가능하다. 공간의 규모는 작지만 건설회사가 운영하는 만큼 정갈하고 편안하다. 좋아하는 곳이다.






볕이 좋은 날이라 햇빛에 발 담그고 앉아있었다.

 




스~윽 둘러보고 나왔다. 

사실 미술 영역엔 그리 관심 없다. 작품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이 왜 저 짓을 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이건 뭐야? 이거 왜 해? 이거 보고 뭘 느껴야돼? 이거에서 느끼게 하고 싶은게 있어? 등등을 캐묻다보니 부담 없고 분위기 좋은 대림미술관에 전시 바뀔 때 마다 한두번씩 가는 정도의 관심이 생겼을 뿐.






미술관 옆집.

대림이 미술관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겸 카페. 말 그대로 미술관옆 "집"이다. 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역시 좋아하는 곳.

 




머그컵을 선호하지만 테이크아웃컵이 참 이쁘길래 저기에 달라고 했다. 






닉나이트의 전시는 3월 26일 까지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굿즈가 50% 까지 세일중. 노트 좋아해서 천 오백원주고 한권 샀다. 

제일 앞에 앉은 웃통 벗은 남자의 팔에는 하켄크로이츠가 펄럭이고 있다. 네오나치가 영국에 상륙한 시기. 남자의 표정은 무표정하지만, 그 앞을 지나며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 연인의 두려움과 긴장감은 팔목을 움켜쥐느라 잔뜩 구부러진 여자의 손가락에서, 굳어진 얼굴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불편한 사진이다. 그래서 샀다. 나는 닉 나이트가 불편하니까.






늘까지 다 읽어야 했던 책은 토크쇼의 제왕 래리 킹의 "대화의신"

인터뷰를 위해 다음주에 다시 한번 미팅을 하기 전에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는중. 내가 남에게 관심을 가질때는 내가 궁금한게 있을때 뿐이다. 그래도 대담 보다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내 안에만 머물러있는 나의 중심을 상대방으로 옮기는게 쉽지 않을것 같아 대화의 기술이라도 알아보려 했다. 

좋은 팁을 여러가지 주기도 하지만 골짜는 결국 "마음을 열어라" 인데, 내 마음은 아마 문처럼 생기진 않은것 같다. 손잡이를 못찾겠으니 말이다. 남을 들여다보기전에 내 마음부터 들여다 봐얄것 같다.


"개방된 자세와 열의는 주고 받는 것이다."


일단 주고 받을것 중에 열의 라도 가지고 있어 다행이다.





보통 "이쁘긴한데 살 생각은 안 드는것" 들을 모아놓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스탠리만 잠깐 쓰다듬다가 돌아와 앉았다. 정~말 좋아하는 물병.



채광이 좋아서 좋다. 2층은 방 구조를 그대로 사용해서 아늑한 느낌도 난다.

하지만 공간엔 역시 사람이 있어야 시간이 새겨지고 의미가 생기는것 같다.

나는 전혀 다른 시각 보단 보이는것에 의미를 더하고 온기를 전해주는 종류가 좋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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