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냐냐 Sep 12. 2017

3. 장항 ; 여러분 장항 가세요

2017.09.02 ~ 03



결론부터 얘기하면 장항이 최고였다. 최근 몇년간 돌아다닌 곳들 중에서 장항이 최고였다. 8시 50분 군산을 출발해  9시 10분쯤 장항에 도착했다. 장항터미널 바로 옆엔 낙지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삼계탕을 하루 100그릇 한정으로 7000원에 판매하는 장터맛집이 있다. 장사 준비중인 아저씨께 몇시쯤 식사가 되나 물었더니 삼계탕은 10시 되야 될 것 같다고 하신다. 지금이 9시 15분..잠깐 생각을 하다가 택시를 타고 장항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장항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저 넓은 송림과 갯벌, 수평선과 지평선까지...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가슴이 탁 틘다? 눈이 시원하다? 머릿속이 팝콘 기계 마냥 온갖 단어와 형용사들을 타다다닥 튀겨낸다. 낱말들이 하얗게 쌓이고 가득차서 머리가 작동을 멈추니 적절한 표현 하나가 가슴에서 터진다. "와"


이 풍경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감동이었다. 길 찾을 때 말고는 절대 여행 중에 핸드폰을 손에 들지 않기로 했는데 이건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어떻게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급한대로 사진을 찍어 카톡을 보내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고나선 몸에서 넋이 빠진듯 멍하게 풍경을 보고 서있었다. 하염없이 서있다가 배고파지니 정신이 들더라. 얼른 스카이워크에서 돌아나왔다. 사실 스카이워크는 얻어걸린거고 장항은 하루 100그릇만 판다는 저 7000원짜리 낙지삼계탕 때문에 왔다. 그런데 택시 타고 오는길에 차창밖이 어찌나 이쁜지 돌아갈땐 걸어가야겠더라. 터미널까지 약 5km 걸어서 한시간 정도. 갈 길이 멀다. 배고프다. 삼계탕 못 먹으면 울꺼다. 스카이워크 입구쪽 펜션촌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사서 빨대를 입에 물고 부지런히 길 위에 섰는데 이게 왠걸 길이 예쁜 정도가 아니라 아름답다. 맙소사! 삼계탕이 대수냐. 배고픈것도 가시더라. 이 길은 꼭 걸어서 지나야 한다. 가을과 여름이 손끝을 서로 맞댄 충남의 순색을 눈으로 담아야 한다.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여행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느끼고 겪은 것들로 소소한 글을 써보자 계획했다. 여행 내내 머릿속에서 단어와 문장이 뛰어다녔는데 이 길에선 다 멈췄다. 나는 이 색과 이 바람과 이 풍경을 문장으로 표현 할 재주가 없어서 부지런히 눈을 굴렸다.




나의 여행은 서툴어서 모든 감각을 사용해 순간을 느끼지 못한다. 이번엔 눈 이었다. 구름의 모양, 하늘과 벼가 직조해낸 풍경은 눈에 선한데 뚝방 위 자잘한 모래 위로 내 신발이 까득득 미끄러질때, 한실 구름이 코를 스칠 때, 그것을 들이마셔 가슴에서 입으로 내 쉴때..그런 감각들은 다 놓쳤다. 그래 뭐 서툰걸 어쩌냐 아쉬워 말고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다 생각하자. 초록이 익어 금이 되어 흐르면 다시 장항에 가자.


-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책에다 적어둔 글



서천군 장항읍.

이런 읍내까지 개발의 손길은 빈틈이 없고 다음 왔을 때도 이곳이 지금과 같을지 알 수 없다. 벌써 왠 대학이 하나 들어오겠다고 흉물스런 팻말로 땅에서 커다란 낙인을 찍어 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건 외지인에게나 아쉬운 것이겠지. 대학이 들어오고 농지 위로 상가가 들어서는것이 뭐가 나쁘겠는가. 그저 나의 취향이 삶의 한 부분을 떠서 전시해놓은 곳이 아니라 이렇게 삶의 한 장면이 담겨있는 곳을 너무나 좋아해서 변하기 않기를 욕심낼 뿐이지. 길이 끝나고 도로가 나왔다. 장터맛집으로 돌아왔다. 얼굴을 알아본 주인 아저씨가 "오셧네요" 하며 반겨주셨다. 나는 장항이 무척 좋아졌다.




장터맛집의 7000원짜리 삼계탕. 낙지가 야들야들하게 익어서 국물에 맛이 폭 배었다.










# 서천군 장항"읍" 이다. 교통이 녹록치 않다. 하루 6대 가량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택시가 편하다.

터미널에서 장항스카이워크 까지 약 6000원

날이 좋다면 걷는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약 40분 소요.


# 택시승강장은 터미널 바로 앞에 있다. 혹 택시가 없더라도 긴장하지 마시길. 장항"읍" 이다. 서울처럼 택시가 줄을 서 있진 않지만 잠깐 기다리면 반드시 온다. 기다리기 감질나면 승장강 벽에 콜택시 번호가 붙어 있으니 전화하시라.


# 검색해도 정보가 별로 없다.

버스 시간이건 뭐건 궁금한건 서천군 종합 관광 안내소에 전화해서 물어보는게 제일 속시원하다.

041-952-9525 심지어 몹시 친절하시다.


# 스카이워크 입장료 2천원을 내면 서천군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2천원짜리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나는 스카이워크 입구 근처 펜션촌의 카페 나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3,500원 이니까 지역 상품권 더해서 1,500원 내고 마셨다. 무척 산미가 강해서 더울때 마시기 좋았다.


# 장항 터미널에서 군산 가는 71,72 번 버스를 타고 국립생태원 입구에서 내린 다음, 한바퀴 돌아보고 서문으로 빠져나가면 바로 앞에 정말로 "바로 앞"에 장항역이 있다. 기차표를 예매해두면 서울로 돌아오기 편하다. 많이 움직이는 2시~5시 사이 기차는 거의 매진이니 예매 필수.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새로 고침을 눌러 취소표를 낚아챘다.













매거진의 이전글 2. 군산 ; 근대문화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