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싫어요. 진짜 싫어해요. 무언가 막이 내리고 있는듯한 이 시기의 그 느낌이 싫어요. 그거 사기예요. 막이 내리긴 뭐가 막이 내려요. 삶이란 건 그대로 이어지는데. 예전엔 12월 31일을 골인 지점처럼 생각했어요. 저 지점까지만 가면 막 폭죽 터지고 빵빠레 울리고 사람들이 뛰쳐나와 담요를 덮어주면서 수고했다 말해주는..하지만 그런 거 없잖아요 그냥 1월 1일이란 황량한 입구만 덜렁 서 있을 뿐이죠.
올해 1월 1일의 문 앞에서 첫 발을 떼며 딱 두 가지를 결심했어요. 사람 많이 만나자 그리고 재밌자. 딱 그대로 살았어요. 마음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가지게 되었고 재미있었죠. 충분한 한 해였어요. 여기저기 녹슬고 부서지고 망가진 나혜인을 기름칠하고 나사를 조여서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수리하는 그런 한해였어요. 다 고쳤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새 1월 1일이 오고 있네요.
엄마가 어느 날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기집애가 주변머리라곤 없고 그저 지 보고 싶은 거 지 눈에 보이는 거 지 앞만 보고 미친개처럼 뛰어다닌다" 고
너무 안달 볶달 사는 딸내미 몰골이 속상해서 던진 말이지만 나는...힘들어서 망가지지 않아요. 목적이 없으면 망가지는 사람이죠. 나는 내가 뛰고 달리고 구르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알아요. 그러니까 뭔가의 목적을 위해 발악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돼요. 한동안은 그게 음악이었고 그걸 버리면서 망가졌고 이제 다른 걸 찾을 준비가 된 거죠.
그래서 올해 연말이 더 싱숭생숭해요. 준비가 됐거든요. 뭔가를 채워 넣을 준비. 아마 내년은 정신없이 이것저것 주워다 넣는 한 해가 될 거예요. 그래서...그걸로 일어나야죠. 내년 이맘때엔 난 또 복잡하고 폭 가라앉은 기분으로 어딘가에 앉아있을 거예요. 그땐 어느 길로 달릴지를 정하는 갈림길에 서 있어야 해요.
지금은 11월 10일 금요일 오후 8시 20분이예요.
글을 쓰면서 마음이 좀 정리됐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이유죠.
궁금하다. 진짜 궁금해요. 2018년엔 다들 뭐하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