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흙이 좋다.
내 친구 중에는 농사에 질린 친구들도 많지만, 나는 여전히 흙이 좋다.
대부분의 시골 아이들이 그렇듯이 논밭에서 일을 많이 하긴 했지만,
농촌에서 자랐음에도 농사일을 많이 한 편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군생활을 제외하면 줄곧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전역 후 직장 생활하면서 서울에서 터를 잡았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화단 가꾸기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빌라에는 조그마한 화단이 딸려있는데,
보통 상록수 한 그루 정도 자라고 있다.
화단에 이것저것 심어보았다.
나팔꽃, 철쭉, 방울토마토, 해바라기, 봉숭아, 장미, 수선화, 국화...
윗 집 아이들도 신기해하면서 좋아한다.
다이소에서 씨앗을 사다가 싹을 틔우고, 다시 화단에 옮겨 심고,
지지대를 세워주고, 가끔 물도 주고...
자그마한 일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
때때로 예쁜 꽃이 피는 것을 보면 더없이 기쁘다.
하지만, 시작은 힘들었다. 화단에 꽃을 심기 전에는 방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빈 화분이나, 조개껍데기, 밤 껍데기 등으로 덮여 있었다.
땅을 파다 보니, 건설 쓰레기들도 나왔다.
파면 팔수록 쓰레기가 나올 듯하여 조금만 파다가 멈췄다.
아이에게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아무튼, 화단에 씨앗을 뿌리고, 매일 물을 주고
등하굣길에 화단 먼저 살펴보는 아이를 보니 흐뭇했다.
빌라의 옆집/윗집 어르신들도 즐거워하셨다.
더욱 기뻤던 것은 더 이상 화단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예쁜 꽃을 심으셨다.
화사한 꽃들을 보며, 즐거운 한 해를 보냈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엄청 춥더니
오늘은 봄날 같은 날씨다.
그래서 벌써 봄날 화단 가꿀 생각에 들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