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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진 musicalbank Oct 04. 2021

아이와 같이 공부하며

늦깎이 아빠의 소통방법

작성 : 2021.10.04(월)

코로나 이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회식이 있었다.

무슨 명목이 있는 회식은 아니고,

일 마무리가 늦어진 사람들끼리 저녁 먹으면서 한 잔 하거나,

비가 내린다고 한 잔 하거나 ㅎㅎ


그럴 때면, 9시 땡 하면 일어서는 분도 있었고,

목요일에만 저녁식사가 가능한 분도 있었다.

9시에 일어서는 분은 중학생 자녀의 학습지 채점을 해줘야 한다고...

목요일에만 가능한 분은, 다른 요일은 고등학생 딸 학원 라이딩해줘야 한다고...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우리 집 교육관은 

'하고 싶은 것을 시키고, 독서의 습관을 길러주자'였다.

그래서 학원도 피아노 학원에만 보냈고, 

취미로 배울 거니, 흥미를 잃지 않게 쉬엄쉬엄 하라고 했다.


그랬기에, 앞의 동료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아이는 온라인 학습을 하면서

아이가 가끔 내게 문제를 물어보곤 한다.


그러다가 5학년 초부터 수학학원을 보내고

5학년 말부터 영어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원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는 보통 선행학습을 하는데,

학원을 늦게 다니기 시작하다 보니 

이제야 친구들과 비슷한 과정까지 따라간 모양이다.


국어/사회/역사 등에 궁금증은 아내(문과였음)가 같이 고민해주고,

수학이나 영어는 주로 내(이과였음)가 같이 공부한다.

온라인 학습 기간 동안 학습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는 별개로,

아이의 학습지 문제 채점을 해주고, 라이딩을 해주던 동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빠가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수학을 꽤 잘했었고 건축공학을 전공했기에, 수학 공부는 아직까지는 어렵지 않다.

영어는 나도 계속 공부하고 있기에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의 오만이었다. ㅠㅠ

영어의 경우, 아이와 같이 고민하고 풀이를 해나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틀린 것을 모두 고르시오'라는 식의 문제다.

틀린 것이 몇 개인지 알 수 없으니, 모든 문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풀 수 있다.

학원에서 채점해온 문제지에 틀린 문제가 있으면, 아이와 다시 고민하고 또 고민해본다.

(답안지는 학원 선생님만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아빠를 어려워하지 않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이의 공부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잘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알게 되었다.

내겐 아이의 성적 향상보다 더 큰 수확이다.


아이가 점점 커가고, 나는 나이 들어가면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다.

다만, 아이가 공부를 입시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좋아하길 바라본다.

아직까지 아이는 '아빠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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