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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진 musicalbank Oct 18. 2021

골프, 그 참을 수 없는 어색함에 대하여

매번 120타라니... 백돌이라도 되고 싶다 ㅠㅠ

작성 : 2021년 10월 17일


 '골프'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장소에서 골프채로 공을 쳐서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넣는 경기이다. 축구나 야구처럼 스포츠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골프는 내게 어색한 운동이다. 비단, 나뿐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왜 그럴까? 비싼 비용 때문일까? 아니면 골프장이라는 특정 장소에 가야 해서 그럴까? 아무튼, 이제 그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보고자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골프는 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배우지 않고 있었다. 직장 선배들은 골프 시작하는 나이가 나중에 줄여야 할 타수이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라고 조언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10년 전쯤에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 거래처 담당자와 재계약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말에 골프 치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문제는 내가 골프를 칠 줄도 모르고, 룰도 모르고, 게다가 장비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팀장님께 말씀드렸고, 나 대신에 팀장님이 대신 참석하셨다. 

 그다음 주에 팀장님께서 차 한잔 하자면 부르셨다. 팀장님도 선약이 있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셨다고 한다. 그러시면서 골프를 즐기지는 않더라도 치는 방법과 룰, 매너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지금 다시 생각해도 팀원들을 무척 아껴주셨던 상사셨다.)

 그게 골프를 배우게 된 계기였다. 6개월간 열심히 똑딱이 연습도 하고, 지인들이 장비를 바꾸면서 장비도 물려받았다. 가방과 퍼터만 구매했고, 물려받은 장비는 그립만 갈았다. 도서관에서 골프 관련 책도 찾아보며 열심히 연습했다. 


 그러다가, 친구들과 같이 처음으로 골프를 치러가면서 골프의 새로운 면들을 알게 되었다. 우선,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 강원도에서 7시 티오프였으니, 4시쯤 일어나야 했다. 두 번째로 생각보다 많이 걷는다. 18홀을 돌고 나면, 14,000~15,000보 정도 걷는다. 세 번째로 심판이 없다. 골프는 심판 없이 참가자끼리 공정하게 룰을 지키면 하는 경기다.

 라운드를 마치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골프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상사나 거래처와 라운드를 하게 되면, 자기들은 상사를 모시고 같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시 그늘집에서 먹을 간식도 미리 주문하는 등의 준비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골프장에 온 나를 위해 친구들이 태우러 와줬고, 식당도 예약해주고, 여러 가지로 챙겨줬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 대신 거래처와의 골프 모임에 참가하셨던 팀장님께 죄송할 따름이었다.


 나의 첫 스코어는 120타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엄청 많이 봐준 점수였다. 그리고, 얼마 뒤 두 번째로 치러 가던 날은 비가 내렸다. 결국 비를 맞으며 쳤고 점수는 역시 120타 내외였다. 그리고 세 번째 치러 가던 날은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우천으로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이후로 골프를 잊고 살았다. 골프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주말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쉬는 것이 더 좋았다. 더욱이 내가 치러갈 때마다 비가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더욱 재미가 없어졌다.

 그러다가 작년 봄에 대학원 동문끼리 골프를 쳤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비가 엄청 내렸다. 7~8년 만에 치는 것이니 스코어는 역시 120개 내외였다. 18홀을 다 돌고 나니, 파김치가 되었다. 집에 와서 장비를 정비하는 것도 더 힘들었다.


 그렇게 골프는 잊기로 했다. 즐거움도 찾지 못하겠고, 갈 때마다 비만 내리니, 나와는 인연이 아닌 것으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7년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월 한 번씩 동문들 얼굴도 보고, 골프도 치자는 것이다. 얼굴도 볼 겸 해서 지난주에 다녀왔다.

 또 비가 온다면 정말 다시는 골프를 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너무도 화창한 가을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스코어는 122타로 처참했지만, 마음만큼은 상쾌했다. 코로나로 샤워도 못하고, 단합대회나 회식도 없었지만, 마음은 굉장히 가벼웠다.

 6팀(24명) 중에 내 스코어가 꼴찌였다. 그럼에도 친한 친구들과 가을 소풍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날씨가 좋아서였을까? 거래처 담당자와의 부담스러운 자리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자리도 아니어서 그랬을까? 


  10년 전쯤 6개월 연습 이후, 연습 없이 쳤으니 폼은 망가지고 스코어는 형편없었다. 스코어가 형편없다 보니, 즐길 시간이 없고 동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설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 진심으로 골프 연습을 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다. 

 내게는 아직 많이 어색한 운동이지만, 그럼에도 가슴이 뻥 뚫리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 골프를 좋아한다. 빽빽한 도심을 벗어날 때부터 머릿속이 시원해지기 시작한다. 상쾌한 공기는 나를 재충전시켜준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똑딱이를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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