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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Nov 18. 2024

조직문화 발목 잡는 취업규칙

근로기준법 제9장은 취업규칙을 다루고 있다.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대로 만들어야 하고 신고까지 해야 한다. 당연히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게다가 취업규칙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정할 수밖에 없고, 많은 것들이 정해져 버린다. 단순히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대충 만들었다가 나중에 골치 아파진다. 회사의 사정이 바뀌어서 뭔가 바꾸려고 해도 쉽지 않고, 행여 근로자 입장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려면 절차도 까다롭다.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ㆍ신고)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휴게시간, 휴일, 휴가 및 교대 근로에 관한 사항
2.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ㆍ지급시기 및 승급(昇給)에 관한 사항
3. 가족수당의 계산ㆍ지급 방법에 관한 사항
4. 퇴직에 관한 사항
5.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제4조에 따라 설정된 퇴직급여, 상여 및 최저임금에 관한 사항
6. 근로자의 식비, 작업 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
7. 근로자를 위한 교육시설에 관한 사항
8. 출산전후휴가ㆍ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모성 보호 및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사항
9.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9의 2. 근로자의 성별ㆍ연령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특성에 따른 사업장 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10. 업무상과 업무 외의 재해부조(災害扶助)에 관한 사항
11.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
12.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
13. 그 밖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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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에는 규칙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어도 정해진다. 사원은 누구이며, 표창과 징계는 무엇인지도 정의된다. 나중에 소통문화를 정비하려고 하면 취업규칙에 정의된 용어들을 무시할 수 없다. 법으로 정한 아주 기본적인 규칙을 무시하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정직한 소통문화를 만들겠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도덕성과 별개로 취업규칙의 작은 용어를 무시했다가 자칫하면 큰 노무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기본 중에 기본이다.


취업규칙을 비롯한 사내 규정도 조직문화로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복리후생 관리 규정, 인사규정, 직제규정… 이런 것들이다. 당연히 정답은 '조직문화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조직문화를 넓게 정의하면 그럴 수도 있고, 좁게 정의하면 아닌 게 된다. 개인적으로 조직개발의 정의와 연결해서 조직문화의 인공물(artifacts) 중 하나로 볼 것을 권한다.


배우자 출산 휴가가 좋은 예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계산할 때 휴일 또는 휴무일을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 쪼개서 사용할 때 하루라도 더 쉴 수 있게 배려한 규칙으로 만들면 된다. 여기에는 일터와 가정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values)과 기본적 가정(assumptions)이 깔려 있다. 왜 우리 회사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면 조직문화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개발로 해결해야 하는 많은 이슈들이 취업규칙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다. 취업규칙을 한 줄 한 줄 정독하며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보면 공감할 것이다. 나중에 발목 잡히지 말고, 지금이라도 취업규칙을 뜯어보자. 개발자들이 코드를 리뷰하듯이 조직개발자들은 취업규칙 리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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