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

절망에 빠져있는 나를 바라보기

by 이태화


결국 내 잘못이라고

모두 내 책임이라고

그렇게 인정하는 것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정말 절망적일 때는

나를 가둔 나를

알 수도 없고

볼 힘도 없고

벗어나는 건 더 어렵다.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못마땅해

더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냥 숨어 있고 싶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진실이다.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그 놈도 그 년도 아닌

나다.


내가 쌓아 올린 거대한 벽에

내가 갇혀있다.


깨부술 것 까진 없다.

당장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알아차릴 때

그 벽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보면 사라진다.


그저 바라본다.

거울 앞에 서도 좋다.

절망에 빠져있구나.

벗어나고 싶구나.

그런데 힘이 없구나.

그냥 그렇구나.

그렇게 나를 바라본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나답다고 할 때의 나는

절망에 빠져있는 내가 아닌

바라보고 있는 나다.

이제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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