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끊다

by 이태화

서른 살에 교수님 소릴 들었다.

어떻게든 한 학기 강의를 나갔으니

학생들도 교직원들도 '교수님~, 교수님~' 했었다.

그땐 교수가 대단한 직업처럼 보였기에

내가 뭔가 대단한 걸 이룬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기분도 2,3주 차쯤 되니 싹 사라졌다.

사실 정식 교수도 아닐뿐더러

대단한 걸 이룬 것도 아니었다.

그냥 꿈꾸던 장면 중에 하나가

어쩌다 현실이 되었다.

그냥 그거였다.


교수라는 직업보다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

앞에서 떠드는 일에 대한 성찰이 깊어져서 좋았다.

이야~이거 함부로 학생들 앞에 서면 안 되는 거구나를 강단에 서고 몇 주가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미안하지 않기 위해, 아니 덜 미안하기 위해서

일주일을 꼬박 강의에 매달렸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도 않는데 혼자 초조했다.

이런 걸 물어보면 어떡하지?

저런 걸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하루살이가 아니라 한 주 살이였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강의안 ppt 이상으로

많은 것을 남겼다.


일주일에 이틀 강의를 나갔고

하루는 점심을 먹어야 하는 일정이었다.

학생식당에서 주로 돈가스 덮밥을 먹었다.

혼밥이란 말도 없던 시절 혼밥을 했다.


공연이든 강연이든 끝나고 나면

연을 날리는 기분이 든다.

실을 끊어서 어디론가 날려 보내야만 할 것 같은,

아쉬우면서도 더 이상 붙잡고 있으면

영영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가슴에 뭔가 시원하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돌아서는 게 아름다울 것만 같은

그런...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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