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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Sep 15. 2021

영화 '히든 피겨스' 감상문


2017년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걸로 기억한다. 

이 용감한 여성들의 성취에 벅차서 말이다. 

인간 승리, 뭐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본 이 영화에서는, 과연 그게 그렇게 감격할 일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압도적으로 실력 있는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나?

당장 필요한데, 그 사람 말곤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저렇게 당당하게 도전해오는데, 

저걸 어떻게 막나?


메리 잭슨은 판사를 완벽하게 설득했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 최초가 되었다. 

도로시 본은 시대를 한 발 앞서서 준비했고, 그 시대의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캐서린 고글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계산을 해냈고, 결국 그 사실을 모두로부터 인정받았다. 


당연하다. 

감격할 일이 아니라, 마땅히 그럴 수밖에 없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 

송곳은 결국 자루를 뚫고 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같은 길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세 번 뛰는 장면이었다. 

처음엔 캐서린이 유색 인종 전용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그 먼 길을 홀로 뛰어다니는 모습. 

그 다음엔 백인 남자 직원이 캐서린을 찾기 위해, 그녀가 내내 힘들게 뛰었던 그 길을 똑같이 뛰어가는 모습. 마지막엔 캐서린과 백인 남자 직원이 함께 뛰어오는 모습. 심지어 그 남자는 캐서린에게 문을 열어주기까지 한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다. 

힘들게 혼자 뛰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려 애쓰고,

종국에는 함께 더 나은 길로 뛰어가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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