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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Sep 16. 2021

영화 '모던 타임즈' 감상문

CGV에서 하는 '채플린 특별전'에 가서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았다. 

위험천만한 채플린의 슬랩스틱을 보면서, 움찔움찔 손에 땀을 쥐며 보았다. 



인생사 참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고, 

뭐 좀 잘 되어가나 싶으면 엉뚱한 문제로 또 꼬여버리고,

해도 해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자꾸만 사건 사고가 생길 때에도, 

찰리는 오뚜기처럼 또 일어나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trying' 한다. 

(매번 자기 의도대로 안 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하지만 내가 봐도 좀 심하다, 아이고, 너무 고생이다, 싶을 때 즈음에, 

그러니까 영화의 말미에 드디어 지쳐버린 소녀가 울면서 바로 그 대사를 한다. 



"What's the use of trying?" (노력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 이 얼마나 많이 되뇌었던 말이던가!

'노력'이라는 말에 치가 떨려서, 꼴도 보기 싫어서, '노오력'이라고 조롱하며 불러도 속이 시원치 않던, 

그 지긋지긋하고 고달픈 단어! trying.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trying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trying한 것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내가 한 노력은 다 허사였고, 아무런 쓸모도 없고,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는 반면에, 

말도 안 되게 기막힌 행운이 그냥 오는 경우도 있다. 

언제? 내가 그때까지 뭐라도 계속 trying하고 있었을 경우에. 


'당신의 때가 있다'라는 책을 쓰신 김태규 작가님께서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문장을 남기셨다. 

"인생은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다."


사는 것은 참 만만치 않아서, 도무지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게다가 예측불허이기까지 하다. 

이러니 미리 준비할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거라곤 발등에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나는 그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매 끼니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trying하고, 

실업이 만연화된 사회에서도 어떻게든 일을 하기 위해 trying하고,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을 돕기 위해 trying하고,

목표가 있으면 그걸 얻어내기 위해 trying하고,

심지어 산업화된 사회에서 기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trying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생명을 가진 존재뿐이고, 

그냥 인간의 존재 의미 자체가 trying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생명이 있는 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가만히 있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영화 '모던 타임즈'는 생명의, 인간의 지치지 않는 고군분투, trying을 보여준다.  

멈추지 않음,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나아감. 


그래서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찰리와 소녀는 처음 영화에 등장할 때에 비해서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생존력을 극대화시켰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재능(노래/춤)을 찾았으며,

온갖 경험들이 쌓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었다. 

(물론 그 중에는 나를 인정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를 박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서 추억이 늘었고,

무엇보다도 찰리와 소녀는 서로를 얻었다. 



trying을 계속 하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얻는 게 엄청 많아진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삶이 쌓여가고, 

그 삶의 무게만큼 나는 성장하고 변화해간다. 

인간의 조건인, 계속해서 trying하기 때문에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 trying 하면, 못 얻게 되면 힘들어진다. 

그러나 그냥 매 상황에 따라 계속 trying 하면, 결과적으로 많은 걸 얻게 된다. 



찰리와 소녀가 다 쓰러져가는 빈 집에서 알콩달콩 아침을 먹었던 장면처럼, 

아직 가진 게 없어도,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을 얻을 수 있다. 

계속 trying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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