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하쌤 Sep 17. 2021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감상문


2018년에 개봉했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다시 보았다. 



그때만 해도 2045년이라는 영화 속 시간이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웬걸. 앞으로 24년 남았다. 



드론이 배달해주고 가는 피자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고, 

Virtual Reality(가상현실)를 뜻하는 VR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이미 존재한다. 

검색해보니까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착용하는 VR 헤드셋 싼 것은 6천원에서 만 원 정도만 있으면 살 수 있더라.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게임 속 아바타를 운영 중이며,

SNS에 존재하는 나는 현실과 미묘하게 다른, 또 다른 부캐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트레일러 빈민촌뿐인가 싶은 생각이 드네?




영화에서 현실에 대한 인상적인 언급들이 많이 나왔는데, 

"현실에선 모든 것이 느리다"라는 얘기가 특히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가 그토록 게임에 빠져들고, 가상현실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나 싶다. 



물질 세계에서는 어떤 생각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기까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가 CEO가 되고 싶거나, 의사가 되고 싶거나, 군인이 되고 싶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해야 하고, 수련이나 훈련도 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한다. 

심지어 그렇게 하더라도 내가 정말 원하는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모습이 즉시 될 수 있는 게임 속 세상, '오아시스'가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걸 당장 이루기 위해서, 

현실 속 돈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가상 현실 속 코인을 사고,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다. 

거기선 모든 것이 빠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코인만 있으면 순식간에 이루어지니까. 만족도가 엄청 높은 것이다. 돈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될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상 현실에서조차 여전히 코인의 양으로 아이템 빈부차가 벌어진다. 

코인이 많아야만 파괴력이 강한 무기를 살 수 있고, 보호력이 강한 방어막을 살 수 있다. 

그렇게 애써 모은 아이템들이 파괴될 때마다,

그 자리에서 우수수 쏟아졌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코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가상현실 또한 현실의 반영일 뿐, 아름답고 완벽한 환상이 될 순 없겠구나 싶은 비감이 든다. 



우리는 앞으로 이 영화에서와 같이 '여기에 있지만 여기 없는 사람들'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니, 그러한 생활은 이미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다. 

우린 카페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있지만, 다 각자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 



나만 해도 그랬다. 

어버이날 당일, 나는 내 방에서 2016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고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드라마 속 노인 주인공들의 희로애락에 웃었다 울었다 하는 동안,

한 집에 살고 있는 내 현실 속 늙은 부모는 마루에서 나 없이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의 현실보다 가상 현실이 더 실감나게 체험되고 있는 작금의 실태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ㅠ.ㅠ

이젠 더이상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영화로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영화가 그러했듯이, 일종의 미래 예언서로 보인다. 

길거리에서 전부 다 헤드셋을 끼고 좀비처럼 허우적거리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현실에선 안 보고 싶은데... OTL





작가의 이전글 영화 '모던 타임즈' 감상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