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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Oct 09. 2021

6)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다시 보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1995. 5. 13. 개봉)

감독 : 존 터틀타웁

배우 : 산드라 블록(루시), 잭(빌 풀만), 피터(피터 갤러거)...



* 1997. 1. 10. (금) 10:40 비디오 라이브러리, 혼자서


아, 상큼하고, 훈훈하고,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영화다.

"세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라는 말로 시작해서 그 말로 끝나는 영화.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다는 소문이 진짜였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루시 역으로 나와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산드라 블록이 정말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어긋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해 하면서도,

그때 그때마다 진실되고 따뜻한 마음으로 최대한 열심히 대처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특히, 실수했을 때마다 다리 난간이나 문에다 머리를 콕콕 박으며 괴로워하는 것이 너무 귀엽고,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저런 모습이 루시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잭' 역할을 한 남자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대통령으로 나왔던 남자였다. 

'피터' 역할을 맡은 남자는 눈썹이 어찌나 짙고 두터운지 잘 생겼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들고, 

거기다 병원에서 눈을 희번덕거리는 모습까지 더해서 아주 기괴했다. 


루시의 아버지가 루시의 어머니로부터 세계(지구본)를 받은 것과 루시가 잭한테서 플로렌스 스노우볼을 받은 것이 멋지게 대비를 이루어, 로맨틱 무비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얼음 위에서 상식 이상으로 미끌미끌 하는 것은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다리를 건너오면서 나누는 소박한 얘기나 농담, 혹은 그 둘이 친해지는 과정은, '저게 사랑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한다. 둘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가득하게 된다.


하나같이 코믹한 캐릭터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들도 분위기 조성에 큰 몫을 한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루시가 피터의 집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서, 가족들이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 끌러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과 맨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사실을 고백하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게 너무 좋았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순간 또 뭉클... 


루시의 따뜻함이 잘 나타나는 부분은 그녀가 집주인 아들 조이를 대하는 행동들이다. 늘 자기를 귀찮게 하고 사고를 치는데도, 그녀는 한 번도 그에게 차갑거나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배울 점이다. 


아무리 오해가 있고, 굴곡과 위기가 있다 해도, 끝내는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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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10. 8. (금) 밤 10시 30분 집에서, 혼자


1995년에 개봉했던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다시 보았다.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 이어지고 이어지다 보니,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서 점입가경이 됐다가, 

결국 어찌 어찌 다 잘 풀려서 해피 엔딩을 맞는다는 얘기다. 

끝이 좋으니, 처음의 그 거짓말도 어쩌면 운명이 아니겠냐는 얘기.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이런 형식을 취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고. 

말할 때를 놓친 거짓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사건이 커지고, 곤란함이 생기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조마조마 하며 언제 들킬지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단 하나의 거짓말이라도 가슴 속에 쌓이게 되면, 불안과 두려움이 증폭된다.

영화 보는 사람은 '재미'라고 생각하는 그 부분이, 

실제 현실에서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그야말로 사람을 미치도록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불안해서 잠을 잘 수도 없고,

아무한테도 말을 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는 더더욱 없고,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에 몸을 싣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꼴이 된다 이 말이다. 



이 영화에서 루시는 캘러한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 "난 피터의 약혼녀가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지 못한 이유가 심장 마비를 세 번이나 겪은 할머니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게 바로 '비겁한 핑계'이다. 굉장히 그럴싸 해 보이고,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할 것 같고, 그래서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는 대신에, 그 핑계에 기대 당장 닥칠 곤란함에서 피하려고 한다.


사실 그 병원에서 "난 아니다"라고 한 마디만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랬다면 루시의 사랑인 잭을 못 만났을 거라고?

다른 사람을 만났겠지!

반드시 잭이 아니어도, 루시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라면, 

루시가 평생 가보고 싶어했던 플로렌스로 신혼여행을 가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결말이 좋았다고 해서, 거짓말도 괜찮지 않았냐고 말하지 말자, 제발!

진실했어도, 여전히 또 다른 좋은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을 거다. 



지금의 나는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엔 도저히 박수를 쳐줄 수가 없다.

아무리 리즈 시절의 산드라 블록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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