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냇가, 교회의 뜰, 아무도 없는 들판 등 아주 조용한 곳에서 모든 감각을 열고 15분간 앉아 있어라.
이제 당신이 느낀 것을 적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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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새벽예배 다녀오는 길에 동네 공원 벤치에라도 앉아서 이걸 할 계획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와서 외부에 나가서 앉아있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방에서 명상 자세로 앉아서 타이머 15분을 세팅해놓고, 오늘의 미션을 수행해보았다.
일단 제일 먼저 느껴진 감각은 청각이었다.
도시 소음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잔잔하게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멀리 도로변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들이었다.
보통은 거의 들릴락 말락 하는데, 가끔 가다가 커다란 차가 요란하게 지나가면 좀 더 크게 들리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느껴진 감각은 양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의 무게였다.
오른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잘 놓여져 있는데,
이상하게 왼손은 숨 쉴 때마다 자꾸만 밑으로 조금씩 흘러내려왔다.
이게 내 몸의 불균형으로 인해 왼쪽 무릎이 위치가 더 높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왼팔 근육이 짧아서 그런 건지 궁금했다.
그 다음으로 느껴진 감각은 가슴이라고 추정되는 부위 안쪽 어디선가 계속 느껴지는,
편치 않은, 뭐랄까 다소 무겁고, 불안정하고, 긴장된 그런 기분이었다.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보니, 일단은 타이머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15분이 왜 이렇게 길지 하는 조바심,
타이머가 울리면 곧바로 꺼야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엄마가 깨지 않으실텐데 하는 긴장감.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난 후에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걱정.
더 나아가 오늘 하루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염려까지...
내 가슴 속을 무겁게 하는 것은 주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그 생각 자체가 나를 엄청 긴장되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내 머릿속 생각들이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 말 했다가, 저 말 했다가, 갑자기 엉뚱한 상상을 했다가, 끊임없이 바뀌는 소리들이 아찔할 정도였다.
잠깐잠깐 정신을 잃고, 그 말에 빠져버리는 순간들이 잦았다.
생각이 나를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힘이 무서울 정도였다.
그러다 마침내 15분 타이머의 첫 음이 울렸을 때,
안도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내 의식의 팔 할은 긴장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이런 긴장감 속에 사는구나.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다 잘 해내야 하는 미션처럼 여기며 사는구나.
그래서 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 달고 사는 것처럼 지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