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글쓰기 좋은 질문 178번

by 마하쌤

* 주변에 들리는 세 가지 대화의 일부분을 각각 적어라. 그 세 부분을 활용해 새로운 대화

를 하나 만들어라. 그리고 그 대화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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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살아?"

그가 물었다.

"좋은 땅이 되려고."

나는 대답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조차도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얼마 되지않았다. 그 전까지는 땅이 되길 극혐했었으니까.



내가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주 명리학을 통해서였다. 사람마다 자신이 타고난 기질이 있는데, 나는 '기토', 작고 비옥한 땅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사주엔 나무가 없다고도 들었다. 난 그게 몹시 억울했다. 나는 크고 멋진 나무가 되고 싶었고, 그게 아니라면 거대한 물이나 불, 보석처럼 뽀대나는 무엇이고 싶었는데, 고작 땅이라니, 흙이라니! 그것도 큰 대지도 아니고, 고작 '작고 비옥한 땅'? 기껏해야 뭘 길러내기밖에 하지 못할 땅이라는 게 너무 속상했다. 나 자체로 빛나고 멋지고 싶었는데, 남 잘 되는 걸 도울 수밖에 없다는 게 무슨 저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작고 비옥한 땅이라는 것이 조금씩 덜 싫어지기 시작했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생명체들이 지치고 시든 상태로 왔다가 나를 통해 다시 생기를 얻고, 마음이 튼튼해져서 자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가 열매를 맺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기쁨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때로는 그들이 내 영양분을 몽땅 빼앗아가고, 나는 빈털터리로 남겨지는 느낌에, 나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러다 내가 고갈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내 힘으로만 하려고 할 때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이었고, 내게 영원한 에너지 공급처가 있다는 걸 확신하는 순간, 그런 마음은 점점 사라졌다.



지금 나는 정말 좋은 거름이 되기를 원한다. 좋은 똥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나 자체로서 유명해지고, 나 자체로서 칭송받지 않아도 좋으니, 내 땅에서 자라나고 길러지는 모든 생명체들이 잘 되길 원한다. 그들이 평안해지고, 그들이 용감하게 나아가고, 그들이 쑥쑥 자라나는 것 그 자체가 나의 기쁨이요 행복이 되길 원한다. 내 땅에서 풍성한 소출이 나고, 수많은 열매가 맺어져서, 그로 인해 내가 더 크고 비옥해지길 원한다. 철저한 배경으로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로서, 살리고, 살리고, 몇 번이고 살려내는, 마르지 않는 샘물의 역할을 하고 싶다. 그 모든 과정의 기억을 오롯이 품은, 행복한 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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