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정당이 당신을 시장 후보자로 공천했다. 수락 연설문을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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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매일 글감에 맞춰 글쓰기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느낀 건데,
나는 설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면, 상상조차도 잘 못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소설 같은 픽션 장르엔 영 안 맞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직접 쓰는 에세이류가 제일 편하고,
사실은 내 이야기지만, 그걸 소설 형식을 약간만 빌려서 쓰는 정도까지가 한계인 듯하다.
이번 주제도 마찬가지다.
내게 정당이 있다는 설정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시장 후보자 공천이라니!
그런 일은 내 생에 절대로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수락하는 연설문 따위는 도저히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아침부터 내내 이 주제를 붙들고 씨름해 봤지만,
수락 연설문이 아니라, 거절 연설문만 자꾸 쓰게 되더라.
일단 나는 그렇게 큰 책임을 지는 자리가 부담스럽다.
물론 어려서부터 반장직은 수시로 맡아왔지만,
그건 그 당시 우리 사회가 공부 제일 잘하는 애를 으레 반장으로 뽑으려했기 때문이고,
(지금은 안 그런 걸로 알고 있다)
온갖 반장을 다 맡아본 결과, 그 자리는 'K-장녀' 혹은 'K-장남'의 위치와 매우 흡사한 면이 있는,
희생과 책임을 무한 강요하는 곳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시장님~ 시장님~" 언뜻 생각하면 의전 받고, 인사 받고, 되게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잠깐은 좋지만, 지속적으로 욕 먹게 되고, 고통 받게 되는 그 자리가 영 마뜩치 않다.
시장 자리는 애초에 그런 것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을 시켰으면 좋겠다.
원치 않는 사람을 억지로 그런 자리에 앉히면, 그를 엄청난 고통 속으로 몰아넣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얼마 전에 본 2019년에 나온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 생각도 나고.
우리는 좋은 사람이 '장'을 맡아주길 바라지만,
그 좋은 사람이 '장'을 맡길 한사코 거절하면 어떡해야 하지?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알겠다고 하고 물러서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든 설득해서 그 자리를 맡게 해야 할까?
그것은 우리를 위한 것인가, 그를 위한 것인가?
하여튼, 나는 안 하고 싶소.
절대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