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싸움에서 졌던 일화를 얘기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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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 누나 나이가 벌써 50이야!
M : 그게 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J : 아니지, 그 나이에 걸맞는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있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다거나...
M : 아니지,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데, 그걸 가지고 '최소한'이라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되지.
J : 누나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해내고 있는 일인데?
M : 나도 아예 안 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
J : 더 노력해야지. 최소한 어느 수준 이상은 되야지.
M : 야, 그 '최소한'이라는 말, 들을수록 되게 거슬린다?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해내야 하는 동일한 임무가
있는 건 아니거든?
J : 아니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있다니까?
M : 그 '최소한' 소리 좀 그만 해줄래? 그건 네가 생각하는 거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거든?
J : 아닌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누나만 안 그러던데?
M : 설령 나만 안 그렇다 쳐도, 그게 잘못된 거냐? 대다수가 그러면, 안 하는 소수가 이상한 거냐고?
J : 당연한 거 아냐?
M : 아니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지켜야 할 시간 같은 건 없어. 모든 사람은 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 법
이야. 태어나는 순간부터 동일한 박자로 똑같이 걸어갈 순 없는 거라고.
J : 누가 똑같이 걷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래도 마지노선이라는 건 있는 거
지. 인간에겐 수명이라는 게 있고, 그게 한정되어 있으니, 그 안에 해내야 할 것들도 있는 거잖아.
M : 그건 동의, 하지만 해내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 개인의 신념과 취향에 따라 해내는 일들도
취사 선택이 가능한 거고...
J : 나이 50에, 경제적 독립도 못 하고, 직업도 일정치 않고, 제 앞가림을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게 취사 선택
이라고?
M : 아이씨, 누가 안 하겠대? 남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 뿐이잖아.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J : 더 서둘렀어야지! 남들은 50에 이미 정점 찍고,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M : 남들, 남들, 그 놈의 남들이 도대체 누군데? 다 데려와 봐!
J : 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오늘은 그런다고 해서 그만하지 않을 거야. 누난 정신 좀 차려야 해.
M : 네가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난 대기만성형이야. 너는 네가 정상 코스, 정상 속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
겠지만,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고, 언젠가 네가 아무 할 일이 없게 될 때, 나는 엄청 바쁘게 될 거라고.
두고 봐.
J : 그 말만 10년 째거든? 이제 솔직히 지겹다. 누난 그 말 할 때마다 안 부끄럽냐?
M : ...
가치관이 서로 다른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판이하게 다르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나는 10년 째 똑같은 소리만 하면서, 아무런 발전이 없다는 그 말 앞에선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당당하게 "10년 더 기다린들 뭐가 문제냐!"고 말하지 못했다.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로 10년째 변화가 없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렇게 무참히 평가받아도 되는 것인가?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들었지만, 반박할 힘이 없었던 걸 보면, 실은 나도 초조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내면을 채우고 있는 중이라는 알량한 핑계를 댈 것인가? 언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