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 글쓰기 좋은 질문 338번

by 마하쌤

* 어떤 특정한 것에 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시점에서 그것을 경험하는 느낌을 표현하라. 예를 들어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야 한다든가, 광장 공포증인 사람이 아주 넓은 들판에서 길을 잃게 되거나, 땅콩버터가 입천장에 닿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샌드위치를 먹어야 하는 상황 등을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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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는 공포증은 어떤 특정한 것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세상 모든 것에 포함되어 있는 위험한 경우의 수에 대한 공포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어떤 거냐 하면,

예를 들어 계단을 내려가고 있노라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내 모습이 자동 연상된다. 그것도 발을 헛딛어서 발목이 꺾이는 순간부터,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결국 넘어져서, 계단을 굴러떨어지며 계단 모서리에 계속 뼈를 부딪히는 느낌 같은 것들이 진짜 실감나게 느껴진다. 상상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겁이 많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방금 내가 그런 일들을 겪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뿐만이 아니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어느 뉴스에서 본 것처럼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과속 차량이 나를 덮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혹은 나는 신호 대로 잘 건너고 있었는데도, 난데없이 폭주하는 차량이 나타나 나와 다른 사람들을 그냥 밀어버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즉, 나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간에, 그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걱정한다. 그러면 정신이 아찔해지고, 실제로 몸이 긴장되거나, 손에 땀이 차는 신체적 반응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길을 가다가 험악하게 생긴 사람을 보게 되거나, 행동이 어딘지 이상한 사람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해꼬지를 가하는 모습을 상상하거나, 그 사람과 시비에 말려들어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런 리스트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누가 비행기를 타고 어딜 간다고 하면, 나는 자동적으로 그 사람이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되어서, 그 사람의 빈소에 가서 오열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예를 들어, 남동생이 출장을 갈 때마다 나는 언제나 이것이 그 애와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이다. 엄마가 친구분들과 국내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실 때도 마찬가지이다. 조카들이 등교를 할 때마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어서,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모든 일의 최악을 상상해버리는 대신, 실제론 그렇게 되지 않았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무서운 상상이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더 조심하고,

그런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모든 순간들에 대해 더 감사한다.



이것이 걱정 많은 한 인간이 매일 겪는 일이다.

걱정이 일어나는 걸 없앨 순 없지만, 이런 내가 걱정에 잠식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감사는 걱정의 해독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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