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 글쓰기 좋은 질문 81번

by 마하쌤

* 다음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면을 써라. "나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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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 사람은 절대로 생명을 죽여선 안 된다는 내 신념이 허락할 수 있는, 내가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바로 나의 옛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의 옛 사람이야말로, 내가 가장 죽이기 힘든 상대였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나의 옛 사람에 대해 소개하자면, 그는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이 스스로를 좋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약점이 있어도, 결점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오히려 재밌지 않냐며 먼저 개의치 않아버려서, 놀리거나 핀잔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들 정도였다. 또 그는 초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일이 생기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해버렸다. 그 어떤 경우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한 가지를 끝내 찾아내고야 말아서, 그것 때문에라도 이것은 자신에게 좋은 것이었다는 식으로 합리화하곤 했다. 만약 '아전인수' 대회 같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최소 3위 안에는 언제나 들어갈 것이다. 그는 남이 보기엔 쥐뿔개뿔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언젠간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는 희망을 한시도 버린 적이 없었다. 혹자는 그런 그를 '과대망상자'라고 비난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이 그 자신보다 더 그를 걱정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어서, 현실적인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늘 자신을 강하게 여겼다. 그래서 주변의 약한 자들을 돌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너나 잘하세요!"였다. 세상의 훌륭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백을 서슴없이 한다던데, 나의 옛 사람은 도무지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조용히 혼잣말로 속삭이곤 했다. '그래도 난 좀 괜찮은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의 착함, 선함을 믿었다. 그는 자신의 끈기를 믿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도 사랑했다. 그래서 도저히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그런 그가 참 좋았다. 초 긍정적인 모지리, 나의 바보. 나의 어리석은 자를 늘 애틋하게 여겼다. 그의 허황된 꿈의 언어들에 늘 매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그를 죽이려고 애썼다. 더 위대하고, 더 커지기 위해서. 더 많은 능력을 갖기 위해서. 바보가 아닌 진짜가 되고 싶어서. 약함을 인정한 뒤에 더 강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그를 죽여버린 지금 이 순간, 그게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후회가 된다. 이 길이 반드시 내 옛 사람을 죽여야만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내가 오해하거나 착각한 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언젠가 나의 바보는 어쩌면 또 잘도 웃으면서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테니까. 설령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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