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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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딸을 살리고 싶으면, 현금 3억원을 준비해라. 경찰에게 연락하면 딸은 죽는다.'
한수가 힘들게 편지 쓰기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한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한비의 몸값이라고 해도, 아버지가 그만큼의 돈을 쓰려고 할까?"
"뭐라고? 큰 오빠, 지금 장난해? 내 몸값이 겨우 3억 밖에 안 된다고?"
한수는 우리의 의견 충돌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어떡해? 다시 써?" 한수가 우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10억으로 올려!" 한비가 말했다.
"야, 정한비!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짜증이 치솟았다.
"작은 오빠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진짜 3억 가치 밖에 안 된다고?"
말싸움을 제일 싫어하는 한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난 몰라. 그러니까 몸값 요구 편지를 어떻게 쓰라는 건지만 정해서 말해주면 안 될까?"
나는 한수의 볼펜을 빼앗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가 이깟 몸값 요구에 응할 리가 없었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큰 사람 같았으면, 애초에 우리 삼남매가 이런 짓을 벌이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나마 아들들보다는 막내딸을 좀 더 아끼는 것처럼 보여서 시작했던 건데, 막상 금액을 쓰고 나니, 아버지는 100% 딸보다 돈을 선택할 거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
"큰 오빠. 금액 올려. 그래도 아빠는 날 위해서 기꺼이 내줄꺼야." 한비가 말했다.
"그럼, 근거를 대봐. 아버지가 그럴 거라는 근거." 내가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냐? 아니, 하나밖에 없는 딸이 납치됐다는데, 어느 아버지가 딸을 그대로 내버려두겠어?!"
한수가 날 쳐다봤다. 우리는 동시에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평생 우리를 돈으로 협박하고, 돈으로 지배하려 들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다 아버지의 돈으로 해준 것이라는 걸 숨쉬듯이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자, 또 아버지의 돈이 필요했다. 이 모순을 어찌해야 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방법 외에는.
"차라리 훔치자."
한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훔치자니, 뭘?"
"아버지 돈. 금고를 털자구."
한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형, 미쳤어?"
"그 수밖에 없어. 우리가 이 집에서 나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아버지는 절대 돈을 내주지 않을 테니까, 훔치는 거 말고 다른 방법 있어?"
한비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큰 오빠, 아빠 금고 비번 알아?"
나는 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아버지 금고의 비밀번호는... 놀랍게도 1004, 천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