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 글쓰기 좋은 질문 191번

by 마하쌤

* 은행에 있는데 갑자기 강도가 들었다. 당신은 인질이 되어 얼굴을 바닥에 붙이고 엎드려 있다. 당신이 있는 위치에서 이 상황을 묘사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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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건 오버다.

저 강도 녀석이 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틀림없다.

그냥 바닥에 고개 숙이고 쭈그리고 앉았어도 충분했을텐데,

굳이 이 더러운 바닥에 한쪽 뺨을 대고 엎드리게 하다니...

저 녀석이 지금 총 비슷한 것을 들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저게 실탄이 들은 총일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진 총기 휴대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혈혈단신으로 들어온 주제에 책상에 올라가 일장연설을 하는 꼴이라니.

내 결론은 동일하다.

저 녀석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ㅠ.ㅠ

지금 즐기고 있는 것이다.


정말 돈이 필요했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원하는 것만 가지고 도망쳤어야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전부 다 바닥에 뺨을 대게 하느라 걸린 시간만 따져봐도,

도망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저 재수없게 그의 놀이에 동원된 엑스트라들인 것이다.

나는 엎드린 채로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나와 똑같이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뱉는 한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왼쪽으로, 그녀는 오른쪽으로 뺨을 대고 누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풉.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녀 역시 눈을 질끈 감고 양입술을 힘껏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숨을 고르면서, 한쪽 실눈을 뜨고 그녀를 살짝 훔쳐보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일말의 두려움이나 긴장감도 없이,

누운 김에 쉬어간다는 자세로, 마치 타레팬더 같이 누워있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강렬한 매력을 느꼈다.


저 어줍짢은 강도 녀석이 사라지고 나면,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킨 다음에,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차라도 한 잔 하실까요?" 하고 말을 걸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그녀가 진정이 됐는지 눈을 뜨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싱긋 웃으며, 윙크를 했다.

윙. 크. 를!!!


나는 우리의 첫 만남에 대해 아마 평생 동안 지치지 않고 얘기하게 될 것을 확신했다.

우리처럼 만나게 되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딨겠는가 말이다.

그렇다. 저 어설픈 강도 녀석 덕분에 나는 최고의 로맨스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운명은 이렇게 난데없이 다가오곤 하니까.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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