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인생에서 드라마틱했던 순간을 말해보라. 이때 비밀 한 가지와 거짓말 한 가지를 이야기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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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20년 봄, 내 생일날이었다.
아마 오후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8년 동안 학생들에게 교양으로 뮤지컬을 가르쳤던 대학의 학과장님께서 갑자기 전화를 주셨다.
당시 나는 2013년에 닥친 몸과 마음의 번아웃으로 인해,
이전까지 뮤지컬계에서 쌓아왔던 모든 커리어를 잃어버리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
그림책 심리지도사, 치유 글쓰기 강사, 심리 에세이 작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학과장님께서는 이제 몸이 좀 괜찮아졌는지를 물으시며,
다시 학교로 돌아와 예전에 내가 가르쳤던 뮤지컬 교양과목을 다시 맡아줄 수 있겠냐고 말씀하셨다.
사실 번아웃으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을 때,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완전히 포기했었다.
왜냐하면 시간 강사는 한 번 과목을 잃으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그 과목이 넘어가버리고,
그걸 다시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7년이나 지난 지금, 그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마냥 감사하면서, "네!"라고 말하기만 하면 되는 그 순간에,
나는 어려운 결심을 했다.
다시는 뮤지컬 이론이나 역사를 가르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물론 교양으로서 그 또한 즐겁고 좋은 일이고, 그동안 열심히 하긴 했었으나,
번아웃을 몸소 겪으면서 우리들에게 자기 이해가 얼마나 중요하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기 마음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지,
그것이 개개인의 행복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학과장님께 죄송하다,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예전 같았으면 윗어른의 제안을 거절했으면, 그게 죄송해서라도 다른 말 따위는 감히 하지 못했을 텐데,
나는 그 사이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래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교수님, 제가 비록 뮤지컬 과목은 더이상 가르칠 수 없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수업은 가르칠 수 있게 됐습니다. 혹시 그런 수업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나는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는 작업을 하는 과목이 대학 커리큘럼 중에, 그것도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교양과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고, 이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말이라도 한 번 꺼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학교에 마음 살피는 수업의 강의 제안서를 메일로 보낸 적이 있었으나, 답장조차 받지 못하고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학과장님께서는 아쉽게 됐지만 알았다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이상했다.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아... 내가 미친 건가...
하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그저 학과장님께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과장님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다.
"조 선생님, 마음 강의 제안서를 보내주세요. 다음 학기 개설을 한 번 검토해보겠습니다."
오. 마이. 갓!!!!!!!!!!!!!!!!!!!!!!!!!!!!!!!
그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나는 2020년 2학기부터 교양과목 '그림책 테라피'를 강의하며 학교로 복귀하게 되었다.
7년 만에, 다시 학교로, 그것도 완전히 다른 과목으로 복귀를 하게 되다니!
이것이 바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내 인생의 드라마틱 했던 순간들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