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분 동안 한곳에 가만히 앉아 오로지 당신에게 들리는 소리에만 집중하며 간단히 메모를 작성하라.
---------------------------------------------------------------------------------------------------------------------------
전에도 이거랑 비슷한 글감이 한 번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는 비가 와서 외부에서 못 하고, 방에 앉아서 내 내면의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새벽예배 다녀오는 길에 아파트 정원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서,
20분 타이머를 해놓고(5시 51분~6시 11분) 제대로 미션을 수행해 보았다.
타이머 시작 버튼을 누르고 눈 감고서 들었던 첫 번째 소리는,
놀랍게도 차 지나가는 소리였다.
우리 아파트가 큰 도로 옆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도로로부터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꽤 조용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걸?!
도로를 달려가는 차들의 끊임없는 웅웅거림이 완전 베이스 소리로 깔려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도로가 막히지 않고 모든 차들이 달리는 소리처럼 들렸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간혹 가다가 클락션 울리는 소리라던가, 오토바이 배기통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냥 이 끝도 없는 웅웅거림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도시 소음 그 자체인 느낌?
평소에 수도 없이 아파트를 들락날락거리면서도 단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소리여서 좀 충격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들렸던 소리는 새 소리였는데,
내 왼쪽에 있는 새들의 소리는 "삐~~~~~익! 삐~~~~~~익!" 이런 소리로 항상 첫 음이 길었고,
내 오른쪽에 있는 새들의 소리는 반대로 "삑삑삑삑삑 삑삑삑삑삑!" 이렇게 짧게 여러번 들렸다.
그런데 이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왠지 그 새의 몸 크기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리에도 중량감이 있달까?
그리고 막판에 세 번째 종류의 새가 나타났는데,
이 친구는 "삑! 삐빅!" 이렇게 짧고 굵은 소리를 내더라.
새들은 혼잣말은 하지 않는 것인지, 항상 주변에 호응하는 소리가 있는 것도 신기했다.
그 외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나 말소리 같은 것이 간혹 들리기도 했으나,
메인 사운드는 역시 차 지나가는 소리와 새 소리였다.
이 아파트에 1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도,
단 한 번도 이렇게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소리에만 귀를 기울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데, 어찌나 초조하던지!
빨리 끝내고 집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이래서 그동안 벤치에 앉아있을 여유조차 없었던 거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