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라는 곳에서 B라는 곳으로 가는 방법...
당신은 그런 방법으로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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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강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주변에서 교수가 되고 싶지 않냐고, 교수가 되야하지 않겠냐고 묻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시간강사에서 교수가 되는 것.
누군가에겐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한 번도 교수를 꿈꾼 적이 없다.
교수가 되면 일단 안정적인 지위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이고,
나만의 연구실도 생길 것이고,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좀 덜 불안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교수가 되서 얻는 이익이, 교수가 되지 않음으로서 얻는 이익보다 더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주변 교수님들을 보면,
언제나 수많은 회의와 서류 작업과 연구 실적을 내기 위한 논문의 압박에 시달리고 계시는데,
자유와 자율성을 최고로 중시하는 나로서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교수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린다.
나는 내가 맡은 수업 외에 다른 것은 일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지금 상태에 지극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가 없인 얻는 게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순 없다는 것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딘가에 계속 매여있는 걸 답답하게 여기고,
그냥 임팩트 있게 치고 빠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게 늘 불안정하게 보이고, 재정적으로도 리스크가 크지만,
어차피 다 가질 수 없는 거라면, 난 몇 번이고 '자유로움'을 선택할 것이다.
만에 하나 언젠가 내가 교수가 되게 된다면,
'명예 교수'로 초빙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내 분야에서 스스로 많은 업적을 쌓은 뒤에,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 학교에서 작은 방 하나 정도 내준다면 기꺼이 받을 의사가 있는 것이다.
아, 명예 교수는 연구실 안 주나? 잘 모르겠네.
뭐, 암튼...
학교 서열에서 맨 꼴찌인 시간 강사 자리가 나는 좋다.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내쫓지만 않으면 계속 하고 싶긴 하다.
딱 하나 욕심이 있다면,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과목이 교양필수가 됐으면 좋겠다.
시간 강사가 한 학기에 가르칠 수 있는 최대 한도가 6학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 학기에 2학점씩 세 과목, 총 100명 밖에 만날 수 없는 게 제일 아쉽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자기 탐색'을 원없이 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