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 글쓰기 좋은 질문 94번

by 마하쌤

* 내가 곧 듣게 될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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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소리에 들어가니까,

내가 곧 듣게 될 말, 그리고 그 말을 하는 까닭에 대해 써보고 싶다.


요즘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듣는 말 중에 하나가 "그래서 이제 계획이 뭐야? / 이제 어떻게 할 계획이야?"이다.


이제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에, 그 이후의 행보에 대해 묻는 말이기도 하고,

작년 10월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14년 간의 긴 간병에서 놓여놨기 때문에,

이제 자유로워졌으니 뭘 하고 싶냐고 묻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는 늘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언제나 그런 말들에 대답할 것들이 있곤 했다.

사실 그래서 묻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살면서 이토록 아무런 계획이나 목표가 없었던 적이 없다.

그리고 그게 이렇게 불안하지 않은 것도 신기한 일이다.


물론 박사 학위 논문을 써야 한다는 당면한 거대한 과제가 있고,

강의 의뢰 들어온 것들을 해야 하는 현실적인 숙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저절로 연결되고 풀려나가는 대로 살 생각이다.

내 의지로, 인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서 하진 않을 것이다.


이 무슨 대책 없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난 50년 동안 목표 지향적으로 살아왔으니,

남은 시간 동안은(그게 얼마가 될진 모르나) 안 목표 지향적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어린 시절에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살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고,

번아웃 이후에는 잘 하는 일을 하며 살았으나,

앞으로는 잘 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저절로 풀려나가는 일을 따라,

그냥 삶이 흘러가는 대로,

Go with the flow.

그게 무엇이든간에.

따라갈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이 길의 끝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모른 채, 그저 기대하고 설레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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