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 글쓰기 좋은 질문 579번

by 마하쌤

* 집을 떠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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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딱 한 달 후에 이사를 가게 된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저 '집을 떠난다는 것'의 의미가 '이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것만 총 네 번 정도 이사를 했던 것 같고,

이번이 다섯 번째 이사이다.



10년 가까이 몸 담았던 집을 떠난다는 것은,

내 생활 기반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는 집에 가는 길이 바뀐다는 건데,

그동안 내가 이용해왔던 교통편과 길거리들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동네 분위기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주변 상권도 완전히 달라지고,

내 방의 크기도, 집의 구조, 동네의 공기, 온도, 습도도 다 달라진다.


이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굉장한 변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집 크기를 확 줄여서 이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많이 버려야만 새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지금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도 더 작은 것으로 바꿔야 하고,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책장들도 다 가져갈 수가 없다.


최대한 가벼운 몸이 되어야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나이 50에 삶을 더 넓은 곳으로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줄여서 가야 하는 것이 어떨 때는 조금 서글프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살다 보니 내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해서,

이참에 몸과 마음을 더 가볍게 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내실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남보기에 좋은 것 말고,

나에게 좋은 것으로,

소박하고 단정한,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서 펼쳐지게 될,

brand new life.

그것이 못견딜 정도로 설렌다.

그 집에서 나는 또 어떤 일들을 경험하고, 배우고, 살게 될지...


원래도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길이었지만,

여전히 변화가 주는 새로움이 계속 된다는 것이 참 축복 같다.



한 달 후, 이 집을 떠날 때는 오직 감사만 남기고 가려 한다.

나의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을 함께 해줬던 이 집을, 그렇게 떠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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