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 글쓰기 좋은 질문 201번

by 마하쌤

* 어머니에게 듣고 싶지 않았던 다섯 가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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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들은 말 중에 가장 싫었던 말 다섯 가지를 꼽아보자면,



1) "쓸데없는 짓 좀 그만 해."



- 엄마가 보기에 내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은 다 쓸데없는 쪽에 속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선물을 정성껏 꾸미는 일도,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는 일도, 수업 준비를 치밀하게 하는 것도...

엄마 눈에 나는 다 과하고 지나치게 보이는 듯 했다.

나랑 엄마는 다른데.

엄마와 같지 않은 모든 행동들은 다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해버리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기분 나쁘고 맥 빠지는지 모른다.



2) "11자로 똑바로 걸어.", "허리 펴.", "배 집어넣어.", "고개 똑바로 해." 등등 자세에 대한 지적의 말들.



- 나는 엄마 앞에서 걷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엄마는 내 모든 자세를 보고 끊임없이 지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흠 잡히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신경을 쓰며 걸어도,

엄마는 어떻게든 잘못 하고 있는 하나를 잡아서 그걸 지적하곤 한다.

사람이 어떻게 저 모든 것을 신경쓰면서, 언제나 똑바로 걸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니 엄마가 내 뒤에 있으면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모른다. 또 뭘 지적당할까 싶어서.



3) "넌 아직 멀었어."



- 엄마는 내가 불평을 털어놓거나, 누군가에 대해서 울화를 터트릴 때마다, 저 말을 읖조린다.

마음 치유한다는 애가 여태 지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한심함을 표현하는 말인데,

저 말 이후에 조금 더 심해지면,

"아직도 그 모양인데, 네가 누굴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까지 나온다.

내가 얼마나 완벽해야 남을 가르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침착하고, 이성적이고, 그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려서 너무 부담스럽다.



4) "넌 어떻게 그것도 모르니?"



- 나는 내 전공 분야, 혹은 관심 분야에 대해서만 잘 알고, 그 외의 것에 대해선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일상 생활에서의 자잘한 일들에 대해선 굉장히 무식한 편이다.

좋은 당근 고르는 법도, 슈퍼에서 가격 비교하는 것도, 요리할 때의 이러저러한 상식들도 잘 모른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이런저런 실수들을 할 때마다 엄마는 너무 기가 막히고 놀랍다는 표정으로 저 말을 한다.

저런 걸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듯, 저런 작은 것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잘 하겠냐는 듯이.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사람이 모든 걸 다 잘 알 수 있냐!'고 항변하고 싶어지지만,

저 말을 할 때의 엄마 표정을 보면 말문이 막히고 만다.



5) "뭐 먹고 왔어?"



- 엄마는 건강에 대해 엄청나게 엄격하다. 세상의 모든 나쁜 음식은 먹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집에서 먹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찐 야채라던가,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이다.

지금도 가공육과 탄산음료, 감자 튀김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엄마랑 약속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사실 나는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하고, 못 먹게 하면, 그 순간부터 그 음식에 꽂히는 편이다.

예전에는 엄마가 밀가루를 못 먹게 하면, 밖에 나갈 때면 무조건 피자, 파스타, 라면을 먹을 정도였다.

내가 그렇다는 걸 엄마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외식을 하고 온 날은 꼭 저렇게 물어본다.

맨날 "돌솥비빔밥 먹었다"고 거짓말하기도 지겨워서, 솔직하게 대답이라도 할라치면,

그 길로 30분 가까이 잔소리가 쏟아지니...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아마 엄마는 내가 이런 말들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느낄 것이다.

본인의 의도는 좋은 것이었는데, 내가 자기를 걸핏하면 오해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너한테 이런 말을 해주겠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엄마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 엄마에게.

이런 말들이 얼마나 나를 위축되게 하는지 엄마도 안다면 좋으련만.

과연 그게 가능한 날이 올까?

아마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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