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유언장을 써보라. 누가 어떤 물건을 받게 될 것인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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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이라는 건,
남겨줄 게 많은 사람이나 쓰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과연 내가 나중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물건을 남겨준다고 해서, 받는 사람이 그걸 좋아할지 확신할 수가 없다.
괜히 버리기도 신경쓰이는, 필요없는 물건을 넘겨주는 건 아닌가 싶어서.
사실 나한테나 의미가 있지,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
차라리 내가 남긴 것들 중에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걸 뭐든지 갖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집 정리를 할 때도,
값나가는 것들은 처분해서 형제들끼리 똑같이 나눠가졌지만,
그 외의 것들은 그냥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져가게 했었다.
그때 나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식탁에 항상 놓여있었던,
눈밭에 나타난 예수의 형태 그림 하나만 챙겨왔었다.
그런 식으로 내 남은 가족들도 혹시라도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가져가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굳이 누군가를 지정해서 '넌 이걸 갖도록 해라'고 말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하나 남겨주고 싶은 게 있다면,
나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첩,
요새는 실물 사진첩보다는 온라인 사진첩을 더 많이 쓰니까,
온라인 사진첩을 하나 만들고, 가능하면 동영상도 같이 첨가해서,
나와 남은 가족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을 기록한 무언가를 하나 남기고 가고 싶다.
가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도록.
아!
내가 매일 1,000원씩 투자해서 소숫점으로 꼬박꼬박 매수하고 있는 ETF들도 남겨주고 가야지!
지금 당장은 '씨드 머니'랄 것이 없어서, 그저 하루에 1,000원어치씩만 사 모으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죽을 때쯤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커지지 않을까?
우리 조카들이 뭔가 하고 싶을 일을 하려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책도 한두 권 정도는 더 써서 남겨주고 싶다.
첫 책은 내 번아웃 이야기였고,
만약 내가 박사논문을 잘 쓰게 된다면, 그게 내 두 번째 책이 될 수도 있을 거고,
죽기 전에 조카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가 삶에서 깨달은 지혜 같은 걸 책으로 남겨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게만 의미가 있었던 모든 물건들은,
부디 내 손으로 다 없애고 갈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이걸 처분하느라 고생하지 않게 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유언장을 생각하다 보니,
내가 정말로 남겨주고 싶은 것은,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했던, '함께 했던' 기억뿐인 것 같다.
근데 이건 그들 몸에 저절로 새겨지는 거라...
굳이 유언장에 써서 남기고 할 것도 없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