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사 직전을 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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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쓰기 어려운 주제를 주다니! ㅠ.ㅠ
일단, 나는 익사 직전의 경험이 없기에 실제 경험으로는 쓸 수 없겠고,
물에 들어간 기억이라면,
어렸을 때 해수욕장 가서 짠 바닷물에 튜브 타고 둥둥 떠있었던 거랑,
수영장 가서 수영 배웠던 게 있긴 하지만,
워낙 겁이 많은지라, 익사 직전의 상황 같은 건 만들지 않으려고 늘 조심했기에,
물 관련해서 별 다른 사건사고는 없었다.
그리고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물에 빠지면,
남자 주인공이 따라 들어가서 키스로 인공 호흡하는 클리셰 씬들이 많기에,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익사 직전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본 게 전부라고 하겠다.
그래서 상상해본다.
익사의 순간에 가장 무서운 건 무엇일까?
만약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혹은 상황에 의해 익사하게 생겼다면,
일단 수면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걸 뻔히 보면서도,
위로 올라갈 수 없을 때의 그 무력감이 첫 번째일 것 같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갈 수 없고,
오히려 발버둥칠수록 더 깊은 심연으로 끌려들어가게 되는,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압도적인 물의 힘에 눌리는 그런 기분?
그리고 결국 그 순간이 오고야 말겠지.
폐에 담겨 있던 모든 산소 방울들이 다 빠져나간 후,
처음으로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그 순간 말이다.
아무런 공기가 들어오지 않고,
그것으로 더이상 '숨쉴 수 없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아... 그 때가 바로 '끝'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일 것 같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바로 그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호흡,
호흡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평생을 살아오다가,
그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바로 그 느낌.
그게 '죽음'의 느낌이 아닐까?
예전에.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울까?
혹은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덜 고통스러울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죽음에 대해 다 생각해봤다고 봐도 되는데,
익사는 일단 시체 처리가 깔끔한 편이고,
(장소는... 강보다는 바다가 나을 것 같다. 떠오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하지만 떠오르면 강이든 바다든 민폐!)
또 내 시체가 바다 생물들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순환적이라 맘에 들고,
오롯이 혼자만의 죽음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의미에서,
지독한 고요함 속에서,
오로지 나 홀로,
마지막 숨의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참... 무서울 것 같긴 하다.
그래서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 하루빨리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물론 살다가 불가피하게 마주치게 된다면야, '운명이다'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지만,
그 무서움과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일단은 그 힘으로 내 삶을 좀 더 살아보겠다.
삶 속에서 만나는 어려움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보다는 쪼오끔 덜 무서울 것 같아서 그렇다. (아닐 수도 있지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