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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 글쓰기 좋은 질문 290번

by 마하쌤

* 당신은 시카고에 사는 53세 여자다.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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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 사는 50세 여자다.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써보겠다. (산타클로스 = '선물 주는 사람'이라는 가정 하에)



산타 할아버지께,


산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산타 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올해 저도 선물을 주실 계획인지는 묻지 않을께요. ㅋㅋㅋㅋ

그냥 제 마음은 이렇다, 는 것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요, 걱정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는,

그런 거침 없는 자신감 말이죠.


전요,

어떤 일을 만나건, "재밌겠네."라고 말하고 싶고,

누군가 할 수 있겠냐고 물으면, "당연하지."라고 대답하고 싶고,

어땠어? 하고 물으면, "이 정돈 껌이지." 하면서 씨익 웃고 싶어요.


특히 어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어랍쇼? 요것 봐라?" 하면서 승부근성을 더 끌어올리고 싶고,

완전히 실패를 했을 때에도, "좋은 경험이었다."하고 쿨하게 손을 탁탁 털고 싶고,

남들한테 욕을 먹거나 수근거림을 들었을 때도, "You do you.(당신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하며 콧방귀를 뀌고 싶어요.


매사에 전전긍긍하는 제가 싫어요.

제발 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생각하시기에 이런 저에게 제일 좋은 선물은 무엇일까요?

제가 요청드린 저런 자신감 넘치는 마음으로 충분할까요?

무엇이 더 있어야 제가 전전긍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이 있어야 모든 것에 대한 걱정으로 가슴이 조여드는 이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저도 모르는, 저에게 딱 맞는 특효약 같은 거 하나만,

제가 잠들어있는 동안 제 몸 속에 스르륵 흡수되게 넣어주시면 안 될까요?


이런 추상적인 거 말고,

구체적인 물건으로 말하라구요?

그래야 이쁘게 포장해서 보내줄 거라구요?


아, 추상적인 선물은 못 주신다는 건 몰랐네요.

근데 어쩌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받고 싶은 건 다 추상적인 것이지,

어떤 물건이 아니예요.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갖게 되더라도,

걱정하는 이 마음을 완전히 없애주진 못하거든요.


산타 할아버지께서 정 절 도와주실 방법이 없다면,

그쪽 하늘에 계신 힘있는 다른 분들께라도 제 사정 좀 전달해주세요.

이왕이면 추상적인 것도 해결 가능한 분들께요. 그래주실 수 있죠?

그래주신다면, 그 자체로 제겐 이미 큰 선물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받을 거라는 전제 하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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