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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 글쓰기 좋은 질문 32번

by 마하쌤

* 한 남자가 40층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28층을 지날 무렵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 뛰어내린 것을 후회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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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일이야 너무 많지...


입사 지원에 불합격해서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택했다가, 추가 합격 연락을 받을 수도 있고,


마음이 돌아서버린 애인에게 복수하려고 자살을 택했다가, 뒤늦게 애인의 진심어린 사과 문자를 받을 수도 있고,


큰 돈을 잃고 나서 절망해서 자살을 택했다가,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구청 직원의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에 사로잡혀 자살을 택했다가, 그리웠던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가 올 수도 있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공모전에 낙담해서 자살을 택했다가, 당선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당신이 진정한 당선자라고 뒤늦게 연락이 올 수도 있겠지.



한 마디로 나는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끝이 아니었던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절망스럽고,

기대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처럼 보여서,

죽음이라는 선택지가 가장 현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순간들이 수시로 있을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가 반드시 잡고 늘어져야 할 단 한 가지 생각은,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지금 나의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현재까지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만을 근거로 결정한 일이라는 것,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이 다 그러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할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주장하겠지만,

사실 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상상을 넘어서는, 내 상식을 뛰어넘는, 내 경험을 초월하는,

그런 무수한 가능성들이 모두 들어있는 미지의 시간이 바로 미래이기에,

과거를 근거로 내린 내 판단이 틀릴 확률이 훨씬 높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영화 '매트릭스'의 홍보 문구는,

우리의 미래에도 꼭 들어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끝이라 여겨질 땐 딱 한 발만 더 내딛어보길,

진짜 끝이라 생각될 땐 딱 하루만 더 기다려보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겨질 땐, 그냥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있어보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내가 섣불리 판단을 내려버리려는 것은,

언뜻 보면 결단력있고, 용기 있고, 지혜로운 결정 같지만,

다 알지도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을 확정짓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삶이 언제나 나보다 훨씬 더 크다고 믿는다.

삶이 아직 No라고 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No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너무 빠르다.

물론 삶은 결코 No라고 말하지 않고, Go라고 말하겠지만.


그러니 나를 도저히 못 믿을 땐,

나를 낳은 이 삶을 믿어보자.

아무 희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벌떡벌떡 뛰고 있는 이 생명을 믿어보자.

이렇게 힘든데도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

또 눈이 번쩍 떠지고야 마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생명의 힘을 믿어보자!


내 시간이 나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다고,

내 기회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고,

내 운명이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고,

그렇게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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