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 글쓰기 좋은 질문 67번

by 마하쌤

* 이것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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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것'이란, 가르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저 질문은,

"내가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인 셈인데...

와... 생각보다 답하기가 어렵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질문하는 것과 답하는 걸 좋아했으며,

엄마가 따로 공부하란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숙제도 하고, 공부도 자발적으로 하는 편이었고,

내가 본 것, 아는 것, 느낀 걸 설명하는 걸 즐겼다.

말은 그야말로 청산유수여서, 여섯 살 때 별명이 '시어머니'였다. 하도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해서.



학창 시절부터 나보다 어린 사촌 동생들을 모아놓고 공부 가르치는 걸 했고,

대학 가면서부터는 바로 과외가 주업이 되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나마 클래식 공연 기획과 뮤지컬 창작 쪽으로 10년 가까이 일해보긴 했으나,

결국 나의 메인 생계는 또 다시 대학에서 교양과목 강의를 하는 것으로 평생 이어져왔다.



즉, 말로 가르치는 일은 내겐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뭘 해도 결국엔 이쪽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니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감도 안 잡힌다.



어린 시절엔 제복이 멋져 보여서 한때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나,

나는 절대 몸을 쓰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되었고,

강박적 성격 때문에 길거리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하면 굉장히 잘 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기도 했으나,

후각이 너무 예민한 나머지, 쓰레기 냄새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를 했고,

공연 기획일도 과장이 어느 정도는 가미되어야 하는 홍보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관뒀고,

뮤지컬 대본 쓰는 일도 갈등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12년 간 절필을 했었다.



가장 최근에는 상담을 박사과정으로 공부했으나,

3년 수료하고 내린 결론이, 아! 난 상담하고 맞지 않는구나... 였으니...

나란 인간은, 내가 아닌 어떤 것이 되거나, 내가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나는 도무지 결혼 생활에는 맞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에,

괜히 애먼 남자 힘들게 만들지 말자라는 생각에, 행복한 싱글 생활을 영위 중인 것이다.



뭐, 내가 아직까지 발견 못한 나의 새로운 특질이 또 있다면 모를까,

나는 이것, '가르치는 것'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어쩔 수가 없다, 라고나 할까?



내가 뭘 하며 살든, 난 결국엔 또 뭔가를 가르치고 있을 것 같다.

그게 뭐든 간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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