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 글쓰기 좋은 질문 254번

by 마하쌤

* 혼자 힘으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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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주제 너무 좋다!

쓸 얘기 많아!!! ^^



나는 무언가에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는 타입이 아니다.

오직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 있는 것에만 심하게 몰두하는 타입이다 보니,

그 밖의 것, 내 관심 밖에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심하게 무식한 편이다.

일반 상식 수준도 못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교 다닐 때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1등 하고,

내가 관심없는 과목은 아예 공부 하나도 안 하고, 그냥 다 찍고, 일찌감치 엎드려서 자는 그런 타입이었다.



그래서 의외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심지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아주 기초적인 것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학, 과학 같은 과목들을 일찌감치 다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셈 계산도 잘 못하고, 물리적인 원리, 화학적 원리,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른다.

그래서 대학에선 학생들에게 내 전문 분야를 가르치는 선생이면서도,

집에서는 거의 무능력한 바보에 가까워서,

가족들은 늘 "네가 어떻게 누굴 가르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일상 생활', '생활력' 관련 부분에서 혼자 힘으로 뭘 해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예를 들어서, 내가 난생 처음으로 알 전구를 혼자 힘으로 갈아끼웠다거나,

그릇 두 개가 꽉 껴버리는 바람에 안 빠지고 있을 때, 혼자서 이리 시도 해보고, 저리 시도해보다가,

결국 그릇 두 개가 빠지는 순간, 무한한 희열을 느낀다.

변기가 막혔을 때, 혼자서 생쑈를 하다가, 결국 뚫어냈을 때도,

시장에 혼자 가서 싱싱한 꽃상추를 잘 골라왔다고 엄마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도,

갑자기 마우스가 먹히지 않았을 때, 별 짓을 다 해보다가, 다시 정상화 시켰을 때도,

나는 어마어마한 기쁨과 자부심과 충만함을 느낀다.



남들 보기엔 그게 뭐 별 거라고 저렇게 난리인가 싶겠지만,

나는 내가 얼마나 모자란 애인지 잘 아니까,

이런 작은 일들을 스스로 해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물론 어디 가서 자랑은 못한다.

그냥 혼자서 하루종일 입가에 미소를 띄고 뿌듯해할 뿐이다. ^^

마치 어린 아이가 작은 심부름 하나를 해내고 혼자 기뻐하듯이 말이다.



남들에겐 당연하고, 쉬운 것이 나한텐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나에게 당연하고 쉬운 것도 남들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들 나름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을 테지.



암튼 혼자 무언가를 해낸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그게 아무리 별 게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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