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서약서를 작성해보라. 신부는 35세이고 초혼, 신랑은 48세이고 세 번째 결혼이다.
---------------------------------------------------------------------------------------------------------------------------
하아... 인간의 서약 만큼 약하고 부질 없는 것이 또 있을까?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안 따라준다는 말도 있고,
인간의 의지나 결심이 얼마나 연약한지는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게다가 가혹한 상황이 몰아닥치게 되면,
어지간한 인간의 신념이나 가치관도 죄다 무너지는 판에,
서약서 따위가... 무슨...
결혼식에서 늘 사용하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 하나도 지키기 어려운데,
아무리 다양한 서약을 문서로 써놓고, 코팅해서 붙여놓고,
심지어 공증을 받는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아!
나중에 법정 싸움에 유리하게 근거를 마련해둔다는 의미에서는 가치가 있겠네!
그럼, 뭐야?
서약서 같은 것은 결국 일종의 조건 리스트 같은 거네.
물건을 거래할 때 쓰는 계약서처럼, 납기일을 안 지킬 경우, 몇 프로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뭐 이런 식의 얘기랑 같은 거네!
미리 헤어질 걸 염두에 두고, 서로 손해보지 않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인 거네!
그렇다면 위의 상황에서,
서약서의 필요성을 먼저 얘기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초혼의 신부였을까, 아니면 삼혼의 신랑이었을까?
누가 더 불안했을까?
만약 초혼의 신부가 서약서를 제안했다면,
어떤 것을 서약 조항으로 내걸었을까?
남편이 이미 세 번의 이혼 전력이 있기 때문에, 자기랑은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했으려나?
만약 삼혼의 신랑이 서약서를 제안했다면,
어떤 것을 서약 조항으로 내걸었을까?
세 번의 결혼을 통해 뒤늦게 깨닫게 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최소 조건들이 있었으려나?
어쨌거나 두 사람 모두 시작하기도 전에 헤어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은 같다고 봐야겠네.
둘 다 헤어지지 않기 위한 서약이 필요한 걸지도.
하지만 어떤 것을 서약한다 한들,
그게 다 지켜질 리가 없다.
만약 서약이 하나라도 깨진다면, 바로 헤어질 생각인 걸까?
서약서를 냉장고에 붙여놓고,
그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삶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까?
그들에게 서로의 허물을 눈감아 주거나, 서로의 잘못을 용서할 생각이 있기는 할까?
'어디 하나라도 걸리기만 해봐!'
만약 이런 자세로 서약서를 쓰고 결혼하는 거라면,
나는 이 결혼은 애당초 글렀으니, 관두라고 말하고 싶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삶이란 얼마나 숨막힐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ㅠ.ㅠ